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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Feb 23. 2021

엄마들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내 감정 돌보기


시작은 코로나였다.


작년 이맘때, 사상 유례없이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때문에 나는 아이와 함께 집에 갇혔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두고 있었던 아이는 3월이 다 지나가도록 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했고, 학원이고, 놀이터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유달리 에너지가 많은 아들내미와 온종일 집 안에 있는 것은 힘들었다. 게다가 나는 눈만 뜨면 집 밖으로 나가 잘 때나 들어오는 외향형 인간이었다. 하루 종일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한 날은, 그 사실만으로 우울했다.


어쩌다 동네 놀이터에 나가면 소독제와 항균티슈를 싸들고 가서 그네 줄이며 시소 의자를 닦은 다음 아이를 앉히고, 고작 십여 분 놀린 다음에 집에 들어왔다. 강박증에 사로잡히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었다.


자꾸만 화가 났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아이에게 짜증을 내면서, 한편으로는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우리 사이는 점점 나빠져갔다.


그 무렵 '엄마의 화를 다스려준다'는 온라인 코칭 모임을 알게 되었다. '화 내고 후회하는 엄마들'을 위한 강좌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재빨리 수강신청을 하고, 온라인 오티에 참석한 다음 받은 미션은 매일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일지를 는 것이었다.


오늘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그 감정의 이유는?

그 마음을 인정해 주는 말은?

그 마음에 대해서 행동할 것은?


첫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백일 넘게 집에서 아이를 끼고 있다가 처음으로 돌봄 교실에 보내고 출근한 날이었다. 다시 아이를 데리러 갈 때까지 4시간밖에 없고, 그날 중으로 꼭 끝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조금의 시간도 낭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차를 한 잔 마시며 한숨 돌리고 싶었다. 아침부터 아이를 깨우고, 옷을 입히고,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허겁지겁 사무실에 도착하느라 녹초가 되어 있었다. 아이가 돌봄 교실에 잘 적응할는지, 불안한 마음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 순간 일지 쓰기 과제가 생각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는데, 곧바로 강한 비난의 소리가 올라왔다. '4시간 밖에 없는데 쉬고 싶다니 제정신이야? 얼른 오늘 일을 끝내란 말이야!'


쉬지 마, 쉬면 안 돼. 너무 매서워서 놀랐다. 이것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때부터 내 마음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매일 일지를 쓰면서 나는 줄곧 그 목소리가 내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걸 깨닫지도 못한 채 헉헉거리며 휘둘려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들은 자신의 감정에 민감해야 한다. 엄마의 감정은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전이된다. 아이는 엄마가 웃으면 안심하고, 엄마가 찡그리면 불안해한다.


자기를 돌보지 못하는 엄마는 아이도 제대로 돌볼 수 없다. 은연중에 나 자신을 대하듯 아이를 대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일지를 쓴다. 자꾸 쓰다 보니 이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밍이야, 너는 지금 어떤 기분이니?'하고 묻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내 감정을 알고, 그 이면의 욕구를 알게 되면서 화내는 일이 점점 줄고 있다. 아이 때문에 난 화인지, 다른 이유로 난 화를 아이에게 전이시키는 것인지도 인지하게 되었다.

 

하루 딱 5분만이라도 내 감정을 들여다볼 것, 그리고 가능하면 글로 적어볼 것. 나는 육아 동지 엄마들에게 이것을 꼭 권하고 싶다. 아이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엄마의 인생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실제로 내가 그러했으므로.


https://images.app.goo.gl/sqq3dkjmZWppypUT8



[참고서적]

엄마의 화코칭(김지혜)






https://brunch.co.kr/brunchbook/mycho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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