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편애에 대하여
나는 정말 민트가 좋다.
박하사탕의 화한 달콤함은 밥 먹은 후 입을 개운하게 정리해주는데 도사고, 귀엽고 깜찍한 써리원의 민트 초코칩 아이스크림은 더운 여름날 입 안에 에어컨 바람을 선사해준다. 민트차는 또 어떻고. 겨울에는 뜨끈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냉침해서 마시면 특유의 화한 맛에 하루의 피로도 사르르 녹는 듯 하다.
이런 민트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몇년 전, 누군가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너는 민트가 왜 좋아?
치약 맛이 나서 좋아.
뭐? 당최 이해할 수 없다던 그 표정이 기억난다. 하지만 내 생애 처음 어른 치약으로 양치질을 한 날, 치약의 화-한 느낌이 너무너무 좋아서 양치할 때마다 엄마 몰래 치약을 얼굴에다 바르고 세수를 했을 정도로 어렸을 적부터 나는 민트 특유의 화한 느낌에 열광했다.
어린이용 치약에선 느낄 수 없는 이 강렬한 느낌, 호랑이 발바닥으로 얼굴 원투펀치 맞은 듯한 이 화끈한 통각! 나중에 성인이 되어 쿨샴푸를 발견한 날, 치약을 머리에 바르지 않고도 두피에 씨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사무실에서 조용히 내적함성을 질렀더랬다. (호레이!)
이 정도면 나는 민트를 정말 편애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세상에 많고 많은 허브들 중 오로지 민트만 이렇게나 좋아하는걸 보면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사람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편애 덕분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그 애정 덕에 우리는 각자의 세상을 자신만의 무언가로 채워나갈 수 있다.
그렇게 세상도 다양한 색깔로 채워져 간다. 아름다운 일이다.
초록초록한 봄의 생생함이 창문 밖을 뒤덮었다. 냉침 민트티가 딱 어울리는 시기다. 오늘 밤엔 전 날 밤 우려놓은 차가운 민트 티를 마시며 좋아하는 콜미바이유어네임을 보고 연휴를 마무리해야지.
즐거운 5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