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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Oct 02. 2020

사과맛 풍선껌처럼 당차게 살고 싶어

헬라디브 애플 Heladiv Apple Flavoured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바로 앞엔 작은 문방구가 있었다. 문 옆엔 뽑기와 오락기들이 깔려있어 등하굣길이면 아이들이 바글대기 일쑤였다. 학교 다니는 내내 참새처럼 그곳을 들락거리며 학교 준비물도 사고, 장난감도 사고, 심심할 때면 동전 하나 들고 슬렁슬렁 걸어가 오락기를 하다 새로 만난 아이와 친구가 되기도 했다.


  으레 그 시절의 문방구들이 그러하듯 구석 한 켠엔 자그마한 간식 코너가 있었다. 백 원 언저리의 불량식품들이 잔뜩 쌓여있으면 그 어딘가엔 항상 사과맛 풍선껌이 있었는데, 네모진 연두색 풍선껌 속엔 맛의 정기를 담은 사과 시럽이 들어 있어서 한 입 베어 물면 강렬한 풋사과 향이 입 안에 훅 퍼졌더랬다. 그 향이 어찌나 강한지 누군가 그 껌을 씹고 있으면 그 근처에만 가도 사과향이 물씬 날 정도였으니까. 등굣길에 누군가 그 껌을 한 통 사 오는 날이면 다들 한 알씩 나눠 먹고선 하루 종일 사방에 사과향을 퐁퐁 풍기며 다니곤 했다.






  헬라디브 애플에는 그때 그 풍선껌에서 나던 사과향이 난다. 조금 인공적이긴 하지만 뭐, 가끔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사과향도 좋지만 슴슴한 일상에 루즈해진 중추 신경 한 자락에 '이것이 사과요!!!!!!!!' 하며 자극을 냅다 꽂아줄 무언가가 땡기는 날. 서랍을 뒤적거리며 헬라디브 사과를 찾는다. 티백 봉투를 뜯자마자 훅 끼치는 풋사과 냄새. 냉침을 시켜놓고 티가 잘 우러났을 때 한 모금 머금으면 사과맛 풍선껌 두 어개를 한꺼번에 씹은 것 마냥 입안에 푸릇푸릇한 사과향이 팍 터진다. 정말이지 이 친구,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다.


  갑자기 전 학년이 급식실에 모여든 점심시간에 줄을 서다 말고 오늘은 동방신기의 춤을 춰보겠다며 신나게 라이징썬을 추던 초딩이 기억 저편에서 슬금슬금 되살아난다. 이젠 급식실 대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누가 보건 말건 당장 내가 춤을 추고 싶으니 춤을 추겠다는 깡다구도 사라진 지 오래지만. 다 마신 지 한참 뒤에도 입안에 맴돌고 있는 이 대책 없이 발랄한 사과향은 내게 '그때처럼 춤을 추면 기분이 좋아질걸~!' 하며 다시금 슬쩍 몸을 흔들어볼 용기를 불어넣곤 한다.


  초등학교 시절 나에 대해 돌이켜본다. 웃기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때만큼 잘 알고 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거침없이 싸우고, 상처를 주거니 받거니, 헤어졌다가 또 화해를 했다가... 그 과정 속에서 펑펑 우는 날이 있어도 다음 날이면 내가 낸데, 하며 툭툭 털고 일어났던 그 때. 당당했던 그 아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신에 가득 차 있던 그때의 난 스스로에 대해 쉴 새 없이 재잘대도 하루가 모자랐는데 말이다. 참 이상하지,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지 모르겠다. 혹자는 원래 다 그렇게 커가는거라며 나를 위로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볼 때면 어렸을 적의 나보다 더 미약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열두 살의 나에게 묻고 싶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해? 내가 어떤 질문을 하건 넌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줄 것만 같아. 앞으로의 내가 그때의 너만큼 당차게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거침없이 당당했던 너를 다시 닮고 싶어.





ps. 개인적으로 가향차들은 냉침을 선호한다. 특히 이런 풋사과향은 차갑게 우려 마시면 특유의 발랄한 느낌이 훅 살아나기 때문에 거진 차게 마시곤 한다. 아래에 즐겨마셨던 냉침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1. 탄산수 한 병에 티백 하나 넣고 냉침하여 즐기는 탄산수 냉침. 한 여름에 시럽 타서 마시면 열 음료수 부럽지 않다.
2. 찬 물에 민트 티백과 애플 티백 각 1개씩 넣어 냉침. 아침에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든다. 사과+민트 조합은 언제나 구우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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