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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Jul 16. 2021

레몬 커피와 여름의 맛

커피프린스 1호점과 최한결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방영되던 당시엔 사춘기에 갓 접어들던 나이였다. 친구와 나는 잘생긴 바리스타들이 잔뜩 나오는 이 드라마에 말 그대로 열광했다. 주조연뿐만 아니라 스페셜화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내 주신 깔깔 웃음의 pd님까지, 온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매력으로 가득 찬 커피프린스의 이야기는 그 해 여름을 가득 채워주었다.


레몬 커피는 전날 잔뜩 술을 마시고 힘들어하는 고은찬을 위해 최한결이 숙취에 좋다며 내어준 커피다. 정말 효과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커피에 레몬을 집어넣으면 기분 전환이 되긴 한다. 새콤한 향과 맛이 잔뜩 녹아내린 커피를 한번 상상해보시라! 요즘같이 후덥한 날씨에 각얼음 꽉꽉 채운 아이스커피조차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면 레몬의 힘을 빌어 하루를 보낸다. 싱그러운 레몬 커피는 한여름의 이글이글한 태양과 정말  어울린다.


@mbc





최근 이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캐릭터는 최한결이다. 흔한 K-드라마의 캐릭터처럼 그 역시 철없는 재벌 3세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살았고 돈이면 다 되는 것처럼 행동하던 그였지만 그는 언뜻 지쳐 보였다. 아마 자신을 채워주지 못하는 피상적인 것들이 지겨웠을 테다. 그런 그가 자신의 커피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부대끼며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다.


극의 갈등이 정점에 치달았을 때 최한결은 이런 말을 한다.

 


최한결은 할 수 있는 놈이다,
최한결은 한다면 하는 놈이다,
최한결은, 아직 하고 싶은 일을 못 만났을 뿐이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제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오롯이 스스로 일구어낸 무언가가 제게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선 아직 아무것도 증명된 것이 없어도 자신을 믿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되뇌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을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넌 결국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제 존재 자체를 믿고 지지해줄 사람이 절실했던 그를 보았다.


함께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이 말라붙었다 싶을 정도로 건조한 시대 속에 있지만 저 장면을 볼 때면 늘 마음이 저리다. 다행히 몇 화 지나지 않아 저 둘은 화해한다. 서로 맞춰가기 위해 노력하는 최한결과 고은찬을 보며 누군가를 위해 끊임없이 제 품을 일구는 관계가 얼마나 희귀한지를 생각한다. 나는 그런 곁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극 중 최한결 나이가 스물여덟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 또래가 되었다. 저마다의 내력을 기르기 위해 방황하던 커피프린스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가끔 시간은 지나칠정도로 빠르게 흐른다 싶고 여전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흔들리지만, 수없는 자기 검문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마음을 나눠준 그들에게 나도 힘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스스로가 먼저 채워져야 타인에게 건강한 힘을 나눌 수 있으니 그치, 힘을 내야지. 종종 커피에 레몬력을 더해야겠다. 이번 여름엔 그 기운을 좀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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