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지만, 살고 싶지 않아.
먹어야 하는 약을 먹지 않으면서 생각했다.
이러면 안 된다고 말이다.
약을 안 먹을수록 아픈 것은 나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살고 싶었다.
그렇지만 너무 아픈 세상살이에 지쳐버린 나는 이미 반포기상태였다.
살고 싶었지만, 차라리 죽기를 바랐다.
계속 마음이 오락가락했고, 약을 먹다가 안 먹다가를 수십 번도 넘게 반복을 했다.
마음이 죽어버린 것이다.
희망이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가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마음에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찼다싶으면, 세상이 그것을 걷어내 버렸다.
매일매일이 눈물이었고,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병원에 가도 그냥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의사 선생님이 어떻게 지냈느냐, 이번 주는 어땠느냐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하셨지만,
'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안 먹어도 낫지를 않는데 내 상태를 제대로 설명해 봤자 어디에 쓰겠어.'
'먹는 약만 또 늘어나고, 그럼 회사에서 죽어라 혼나겠지 집중 안 한다고.'
그저 괜찮다고 반복했기에 병원에서도 알아채지 못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가 조금 더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솔직했다면,
병원에서라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때는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날 돕겠다고, 우울증은 주변사람이 도와줘야 하는 거라며 나섰다가 뒤통수를 거하게 몇 번이나 맞은 상태였다.
몇 번이고 맞은 뒤통수가 아파와서. 솔직해졌다가 또다시 나를 사람들이 버릴까 봐 무서웠다.
내가 말한 이야기가 나의 약점이 될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래서 난 함구해 버렸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다.
속에서는 이미 곪아서 고름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그냥 사람들 앞에선 웃었다.
사람들 앞에서 웃을 때면 잠시나마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기에.
억지로 웃었다.
계속해서 밝은 척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 덕분에...... 회사사람들은 내가 아파하는지를 전혀 몰랐다.
그래서 혼난 뒤 소소하게 커피타임을 가질 때면, 윗분들은 내게 혼나고 울지도 않고 잘 버틴다고 덕담을 해주셨다.
울지 않고 잘 버틴 게 아니었는데,
이미 나라는 인간은 살아있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만든 밝은 척의 미소는 날 구원함과 동시에 점점 더 지옥 속으로 몰아넣어갔다.
살고 싶었지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날들이 반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