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혀니, 무슨 생각해?"
"이모 섕가악(생각)~"
꺄악갸아악. 이러니 내가 못 끊는다, 조카중독.
#2
"오, 우리 호니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사랑해요, 호니."
"이모오, 어.. 할 말이 있어 갖꼬요."
"우리 호니 뭐라고? 잘 안 들려요. 사랑해요, 호니."
"어어. 어.. 말할 게 있어서."
"아, 네네. 말씀해 주세요. 사랑해요, 호니."
"이모."
"네네. 사랑해요, 호니."
"이모호. 사랑해요, 이모."
(하악하아악. 이래서 내가 또 못 끊는다, 이놈의 조카중독증.)
"나도요, 나도요. 나도 엄청 엄청 사랑해요, 호니."
"네. 또 봐."
"네네. 또 또 봐요, 사랑해요 호니."
"응."
눈치챘겠지만 나는 단단히 걸려들었다. 조카라는 늪에 허우적대기를 수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 조카들, 그것도 쌍둥이 조카에게 내 모든 사랑을 자진하여 헌납하고 있다. 나는 아무도 못 말리는 조카중독자다.
친구가 어느 날 묻는다.
"아직도 그렇게 조카들이 귀여워?"
"응?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아직도? 아직도라니?"
귀여운 나이여야만 귀여운 거 아니고
귀여운 얼굴이어야만 귀여운 건 아니다.
(아, 물론 우리 조카들 정말 무쟈게 귀엽다. 이건 이모의 빈말이다,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내 주변 사람들 가운데 서른몇 명에게서 '너희 조카들 너무 예쁘다'는 말을 실제로 들었으므로 표본이 확실하고 오차의 염려도 붙들어 매시라.)
글 쓰다 말고 조카들 귀여운 표정이 떠올라 잠시 옆길로 샜다. 아무튼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도 그렇게 조카가 귀엽냐고, 아직도 그렇게 제 할 일도 못 챙기면서 조카 사랑에 목매냐고.
그럼 나는 이렇게 답한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도라뇨? 저는 아직도,
이모 콩깍지 깐 콩깍지 안 깐 콩깍지
안 깐 콩깍지 깐 콩깍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