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 사람!"
"왜?"
티브이에서 바보같이 구는 사람이 나온다. '저것도 모르나' 싶은 사람, '자꾸 모른다고만 하는 사람'. 외양도 우스꽝스럽다.
"저 사람이 근데 왜?"
"저 사람, 이모보다 더 바보야! 킥킥키기킥."
'으응? 나보다 더 바보?'
듣다 보니 이렇게 명언일 수가 없다. 이모보다 더 바보인 사람은 정말 바보일 거라 믿는 조카의 귀한 격언.
“이모 저거 알아?”
“(알아도) 몰라. 가르쳐 줘.”
“(모르면) 정말 몰라. 같이 찾아보자.”
‘몰라’가 입에 붙은 이모라 그런지 조카는 사전에 나오는 ‘바보’의 정석을 자기 눈앞의 ‘이모’에게서 찾곤 한다. 그렇게 조카들에게, 어느새 바보의 기준이 된 이모.
그렇다. 한평생을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옛 노래의 가사처럼 살았다.
쓸데없는 시험에 인생 7년을 바쳤고,
쌍둥이 조카 육아에 굳이 동참하겠다고 하던 일도 때려치웠고,
밤잠 설쳐 가며 새벽에 일어나 분유를 타고 아기띠를 둘렀다.
그리고 지금은 내 시간과 공간을 귀엽게 도둑질해 가는 조카 녀석들에게 모든 사랑을 무한정 바칠 태세로, 그야말로 '바보'처럼 그들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또 보고 싶어 또 한 번 더 바라본다.
그 바보이모도 어느덧 '신입 이모'에서 ‘경력직 이모’로 변해 간다. 그래도 아직 마인크래프트 게임 리뷰 영상에 열혈 동참하고, 아직도 그들의 레고 세계관에 한데 뒤섞여 놀며 오늘도 나의 할 일을 부러 잊는다. 그래, 내가 바보였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겠다.
우리 조카 녀석들만큼은
내가 완전히 '바보이모'였다는 것을,
어린 한때의 시간이나마 기억해 줄 테니까.
'이모보다 더 바보인 뭇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당신들도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그러나 걱정 말아요. 바보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사진 출처: Pixaline@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