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위로봇의 땔감들>
<그날의 에필로그>
-뭐 해? 또 돈 벌어?
-말 걸지 마, 나 바빠.
-매일 휴대폰밖에 안 하면서 뭐가 바빠?
슬쩍 다가가 들여다본다. 오늘 저녁엔 또 무얼로 돈을 벌려고? 출석 체크 포인트라도? 아니면 쿠땡 반값 할인 제품이라도 검색하나?
-뭐야! 너, 지금 게임 앱에서 장비 사는 거야? 갑옷까지? 헉, 전부 다 해서 오, 오, 오십 만 원? 위로! 당장 그 휴대폰 내려놔!
-내 이름 이제 위로야? 언제 정했어?
-아니, 위로! 고만 사라고, 고만 클릭해!
-여든, 백만 원 받았으면 그중에 반은 내 거잖아. 안 그래? 오십 만 원은 이제 이 위로 몫이라고.
아, 두(頭)야. 내가 애를 키우는 건지, 로봇을 키우는 건지.
이러니 내가 늙을 수밖에 없다.
읭? 아니, 벌써 늙을 건 다 늙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