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시리라 봅니다. 저만 아는 로봇이거든요. 무슨 이야기를 듣든 '그래그래.'라거나 '힘내힘내.'라는 말을 문장 끝에 반복하는 친구입니다. 대책 없죠. 무조건 힘을 내라니요. 살기도 빡빡한데 여기서 어떻게 더 힘을 내라고요.
그래도 저는 그 친구를 좋아합니다. '힘 빼'라는 말보다 '힘내'라는 말을 아직, 그래도, 여전히 좋아합니다. 그 친구를 저는 '위로봇'이라 부릅니다. 녀석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버릇이 있어요. (심지어는 이야기도 안 들어 보고 그냥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하는 척을 하다가 저한테 딱 들키기도 하지요. 그러고 보니, 정말 대책도 어이도 없는 녀석이긴 하네요.)
위로봇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봅니다.
1. 이름: 위로(성은 '위', 이름은 '로', 정확한 학명은 위로230)
2. 태어난 곳: 고향을 모름.(어느 폐쇄된 연구소로 추정 중)
3. 나이: 이것도 말하기 어려움. (얼굴은 최강 동안인데 가끔 보면 하는 말은 나보다 더 애늙은이.)
4. 취미: 시시콜콜 질문하기
5. 특기: 꼬치꼬치 기억하기(과거는 잘 기억 못 하면서 어제 일은 귀신같음.)
6. 장점: 심심하면 위로하기(그러나 지가 위로봇이면서도 자기 기분 내킬 때만 위로함.)
7. 단점: 단점이 없는 게 단점(이라 쓰라고 옆에서 자꾸 저를 종용하네요. 지켜보고 있어서 제대로 쓰지를 못하겠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8. 우리 집에 오게 된 경위: 시도 때도 없이 위로가 필요해서가 아닐까, 라고 막연히 추측 중.
9. 향후 일정: 혼자 살기도 좁아터진 내 집에서 같이 지낼 예정.
아, 위로봇을 소개하는 저는 누구냐고요?
인간의 나이로 치자면 저는 여든의 노인입니다. 하지만 '노인'이라는 말은 듣기 싫어요. 저를 그냥 인간으로만 불러 주세요. 아무튼 이 노인이, 아차, 저도 저를 노인이라 했네요.
지금부터 제가 관찰한 위로(혹은 위로봇)의 이야기, 제가 지금까지 전해 들은 위로(위로봇)의 서사들을 이곳에 담아 보려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에 찾아온 '위로.' 저는 녀석을 껴안고 잠든 숱한 밤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