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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Mar 29. 2024

넌 좋겠다, 네 마음대로 하고

-넌 좋겠다, 네 마음대로 다 하고.

-네? 무엇을요?

-집에 가서 밥 차려 줄 애들이 있어, 남편이 있어.

(정말 부러워하는 것 맞으시죠??)



하긴. 남 이야기 할 것 없다. 이런 대화는 우리 집에서도 들어봤다.

"넌 좋겠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 뭐 배우고 싶으면 배우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어. 난 백퍼 내 마음대로 살긴 하지."


나도 이렇게 대답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내 마음대로'만 살아서가 결코 아니다. 나는 '내 마음대로'의 기준과 기대가 아주 낮다. 마음대로 돈을 펑펑 쓰고 싶다는 욕구도 없고 마음대로 이 천하를 호령하고 싶은 포부도 없다. 내 시간을 내어주는 일을 싫어하긴 하지만 '적어도' 가족들에게만큼은 나의 많은 시간을 충분히 다 건넸다고도 생각한다. 


그 첫 번째 일례. 가족들이 가게를 운영할 때였다. 스물 초반이던 난 물심양면 가게 일을 도왔다. 나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그냥 그랬다. 동생은 가게에 나오지 않았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동생은 동생의 길이 있을 테니까. 

그 두 번째 일례. 조카들이 태어나고 1년 4개월 동안은 (주말만 빼고) 거의 우리 집에서 조카들을 돌봤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이모. 이 세 사람이 주로 먹이고 재웠다. (물론 틈이 때마다 일하러 갔던 동생이 집에 와서 애들을 돌봤다.) 금요일 밤이면 아이들을 자기 집에 데려다주고 일요일 오후에 다시 우리 집으로 데려오는 육아 패턴을 오랫동안 반복했다. 쌍둥이라 육아 인력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때 난 내 삶이나 내 시간을 돌볼 생각 같은 건 전혀 하지 않았다. 그냥 가족을 돕고 싶었다. 



-나, 너가 보기에도 내 마음대로 하고 사는 것 같아?

-응? 뭔 소리? 네가? 

친구에게 물었더니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내 역사를 아는 친구는 내 인생에서 '마음대로'가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해 줬다.'


마음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구속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뭐, 지금의 나. 자유로운 것은 맞다. 시간을 내가 계획할 있다는 커다란 축복인 것도 안다. 신경 쓸 사람도 없다. 신경 써 달라는 사람도 많지 않다. 누군가의 말처럼 집에 가서 밥을 차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 물론 밥은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아무나 차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조리, 모든 것을 온전히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란 없다.


난 비혼이라서 마음대로 사는 게 아니고

그냥 나를 좀 사랑해서 내 마음대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와 같이 걷는 일도 의미는 있겠지만, 누군가가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걷는 일은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넌 좋겠다, 네 마음대로 다 하고~~" 

그래, 이번엔 사람들의 말을 내 '마음대로' 오역(誤譯)해 보자.

"난 좋겠다. 이제 마음대로 살 거니까."



정말이지, 타인들이 부러워하는 그 워딩(wording)대로, 

지금부터라도 내 마음대로 한번 살아 봐야겠다.




(출처: prochurchmedia@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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