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책장봄먼지 May 03. 2024

그런 애들이 제일 먼저 시집가더라

결국 나는 그런 애들이 아니어서였을까. 나는 지금 가장 늦게 시집갈(?) 처지이거나 가지 않으려는 처지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해 나는 '그런 애' 부류가 아니었다.


<그런 애>

1. 연애 안 해

2. 결혼 안 해

3. 내 마음대로 살 거야


'그런 애'는 아니고 '그냥 애'였는데 어떤 선언도 없이 나는 빛이...나지는 않는 솔로가 되었다.


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셋 가운데 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소설에 나오는 세 명의 여성 캐릭터 가운데 '영선'의 캐릭터를 닮았어."

'영선'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남편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다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시도;;

조금 수동적으로 살며, 대략 희생을 무릅쓰길 선호(?)하는 내 성격을 보고 친구는 내게 그 '영선'을 대입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자들은 울타리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예전 직장 동료 가운데 어떤 남자 선생님께서 내게 지나치듯 한 말이었다. 이 말인즉, 여자는 스스로 울타리가 될 수 없다는 뜻이었을까?

 

 

그래, 나도 예전엔 내가 이러고 살 줄은 몰랐다. 어릴 적엔 '때가 되면' 자연스레 시집가는 절차가 내 인생의 한 가지 순서가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나뿐 아니라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막연한 예측은 어긋났다.



"넌 '영선'의 캐릭터를 닮았어."

물론 친구는 영선의 다른 부분을 내게 대입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 속 '영선'은 타인을 위해 희생하다 결국 자신을 희생하고야 만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캐릭터는?


나는 꿈을 이루지는 못할지언정 포기하는 쪽으로 가고 싶진 않다. 타인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기보다 나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 (물론 철저히 '혼자'이자 '비혼'인 지금도 딱히 나를 위해서 살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헌신의 대상이 결국 '나'였으면 한다.)



<그런 애들이 가장 먼저 시집가더라>


비혼을 살포시 비웃는 '그런 애'라는 말.

그들이 예언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혹.. 자신의 삶은 결코 예언할 수 없기 때문일까.


누구든 '그런 애'일 필요도 '그런 애'가 안 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언제든 '이런 애'였다가 '저런 애'였다가 '그런 애'여도 좋다.


비혼이건 아니건 우리에겐 이럴 자유와 그럴 자유가 있으니까.


 

(사진: BlenderTimer@pixabay)

이전 15화 눈이 너무 높은 거 아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