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옷을 한 겹 껴입고 뜨겁게 달구어진 기름 바다에 몸을 맡긴 대구가 견딜 수 없다는 듯 몸을 뒤튼다. 바다는 삽시간에 빗소리로 가득 차고 심한 물보라가 일더니 물거품이 곧 사방으로 튄다.
기름진 바다에 잠시 몸을 담갔다 나온 그것은 여간 새롭고 신선한 게 아니다. 그것은 어장에서 갓 잡아 올린 힘차게 팔딱이는 어물보다, 막 회를 쳐 얇게 져며낸 여느 생물보다도 더하다.
새롭게 변신한 대구가스가 식탁 위에 올랐다. 파사삭. 입안에서 튀김옷 바스러지는 소리가 심히 경쾌하다. 외피가 파괴되는 그 거침없는 소리에 전신이 짜릿하다. 기대감 탓인가, 진짜 속에 차마 가닿기 전오감이 기분 좋게 들뜬다. 마침내 결국에 도달한 미각이 만족스럽다. 이것이 튀김의 위력이다.
기름 바다에 몸을 맡긴 대구 가스가 몸을 뒤튼다
대구가스, 갓 잡아 올린 어물보다 새롭고 신선하다
마음이 동하는 어떤 날엔 주방에서 한바탕 일을 벌인다. 이렇다 할 튀김기도 없고 부산한 요리를 감당할 만큼 주방 공간이 넉넉지도 않지만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본다. 에어프라이어가 유세하는 세상이라지만 무엇이든 뜨겁게 달구어진 넉넉한 기름에 몸을 통과한 튀김 맛에 비할까.
튀김용 기름으로는 발연점이 높은 현미유나 해바라기유, 유채유를 쓴다. 한번 쓰고 버릴지언정 값이 싸다는 이유로 카놀라유나 GMO 콩으로 짜낸 콩기름은 쓰지 않는다. 새 기름 500리터를 털어내 먼저 아이들이 먹을 생선가스를 튀겨낸다. 잠시 불을 끄고 냄비에 떨어진 튀김 가루를 걷어낸 후 이차로 우리 부부가 먹을 양을 튀긴다. 사용한 기름은 선순환이 되기를 고대하며 신중하게 처리한다. 보통은 아파트 기름 수거용기에 넣어 처리한다. 취미로 천연비누를 만드는 지인에게 건넬 때도 있다. 그렇게 건넨 기름이 고맙게도 주방용 비누, 세안용 비누가 되어 돌아온 적도 여러 번이다.
갓 튀겨낸 생선가스엔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인다. 소스는 마요네즈, 레몬즙, 양파, 후추 등을 사용해 손수 만든다. 양파는 특유의 매운맛이 나지 않도록 얼마간 찬물에 담근 후 잘게 다진다. 레몬은 반을 갈라 스퀴저로 즙을 짠다. 생선가스에 소스를 얹었을 때 소스가 흐르지 않도록 농도를 조절한다. 소스의 새콤 상큼한 맛이 생선가스의 비리고 느끼한 맛을 잡아주며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뭐랄까, 서로가 서로의 맛을 부추기며 강하게 끌어당기는 맛이랄까.
한 번씩 기름진 음식이 생각날 때면 식구들과 함께 돈가스집을 찾곤 했다. 옛 전통을 고수하는 경양식 집이라든지 일본식 돈가스, 혹은 크기가 A4 사이즈 용지만큼 크다는 왕돈가스를 파는 소문난 맛집들이 우리 동네에 즐비하다. 우리는 때마다 '혹시나', 혹은 '어쩌면' 하는 기대감을 품고 한 집씩 돌며 돈가스를 주문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하나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맛이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몸과 마음은 꼭 산화된 기름의 상태처럼 편치 못했다. 사용된 기름이 문제인 것이 분명했다. 신선도가 높고 몸에 안전한 기름을 사용하자면 장사 수지가 맞지 않을 테지.
집밥만 고수하다 보면 자칫 음식의 가짓수가 제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색다른 재료가 널려있고 누구나 미식을 누릴 수 있는 세상에서 자칫 집밥이란 게 '그 나물에 그 반찬'이 될까 우려스럽기도.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과감히 기름을 달군다. 질 좋고 신선한 기름에 평범한 재료를 떨어뜨리면 무엇이든 별미가 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너무 기름져 속이 불편하진 않느냐고? 안심하라, 집에서 튀기면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