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어져 저절로 하품이 나고 눈이 감기려 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엑셀을 살짝 밟는다. 이제 조금 후면 집에 가서 쉴 수 있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니 차유 리창에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이쿠야 비 오네. 급히 엄마한테 전화를 한다. 주무시다 받는 목소리다.
"엄마밖에 비와. 오늘 병원 가는 날이지? 택시 부르지 말고 기다리셔. 내가 갈게."
"응 알았어. 너 밥 먹었니?"
"아니, 끊어."
그 길로 엄마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무릎이 성치 않아 오래 걷지 못하고 보행보조기구로 지팡이를 이용하는 팔순 여성 노인이 비 오는 월요일 아침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요양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나는 그 사실을 너무 잘 안다. 그러니 열 시간 야근을 했어도 엄마를 모시러 안 갈 수가 없다.
엄마가 내게 하소연을 하신 적이 있다. 어디를 가려고 택시를 불렀더니 아파트 정문 앞에 있으니 거기까지 나오라고 하는 기사가 있었다고. 이 외에도 몇 가지 더 얘기하셨는데 다 노인이어서 특히 여성 노인인 할머니에게 행해지는 무시와 무례였다.
사회는 여성에게 친절하지 않다. 나이 많은 여성에게는 더 그렇다. 내 엄마처럼 화장도 안 하고 옷도 최대한 움직임이 편한 것을 입고 등도 구부정하고 지팡이까지 짚은 여성 노인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비가 온다고 노인의 형편을 봐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귀찮아하기도 한다. 그러니 더욱 모시러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가 꽤 많다. 자유로에 들어서니 움직임이 슬 금슬 금이다. 한강을 건너려는데 차가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평소에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한 시간이 지나서 겨우 김포대교를 건넜다.
김포대교를 건너자마자 버스며 덤프트럭이며 자가용들까지 모든 차들이 엉켜 서 있다. 엄마 집에 아홉 시까지는 도착해야 병원에 열 시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 텐데 마음이 급해져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나 도착하면 바로 나올 수 있게 준비하고 계시라고.
"응 알았다. 새 밥해서 퍼놨다. 적당히 식으라고."
아,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발하기는 틀렸다. 밥 먹고 가라 안된다 늦었다 전화로 실랑이를 하느니 차라리 얼른 뛰어들어가 몇 숟갈 뜨는 척하는 게 가장 빠르고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임을 이제 나는 안다.
평상시의 세 배의 시간이 걸려 도착해서 엄마가 원하시는 대로 밥을 먹고 엄마를 모시고 나와 얼른 시동을 걸었다. 병원으로 가는 방향은 막히지 않아 다행이었다.
만성 질환이 있는 노인들의 병원 나들이는 하루 종일이 걸린다. 신경과도 가야 하고 내과도 가야 한다. 내과도 호흡기내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등등 세분화가 되어 있어 골고루 돌다 보면 한나절이 금방이다. 엄마는 오늘 오후 세 시는 돼야 진료가 끝날 거다.
진료가 끝나면 병원 앞에 있는 약국까지 나와 약을 사야 한다. 이것도 일이다. 약국에도 약을 조제하려는 환자가 많으니 또 기다려야 한다. 아주 큰 일이다. 노인은 지치지 않을 수가 없다.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언니에게 엄마를 인계하고 집에 왔다. 잠깐 졸다 보니 오후 두 시다. 창 밖을 보니 여전히 비가 온다. 주룩주룩 많이 온다. 다시 병원을 가야 할 상황이다. 하루 온종일의 진료로 지친 엄마를 병원 로비에 앉혀두고 우산을 쓰고 병원 앞 약국까지 나와 6개월치의 약을 짓느라 한참을 기다렸다가 다시 병원으로 올라가 엄마를 모시고 택시를 탈 언니를 생각하니 안 나갈 수가 없다.
대충 양치질만 하고 차에 시동을 건다.
가자 가자 가야지 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