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소설가 (2)
나는 웹소설로 인생에 날개를 달고 싶었다. 웹소설은 드라마나 예능에 비해 보다 개인적이고 민주적이었다. 창작의 범위가 무궁무진하고 독자에게 직접 글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매력. 그 점에 나는 매료됐다. 더군다나 운 좋게도 유명 플랫폼에서 웹소설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선자에게는 어마어마한 상금뿐 아니라 웹툰화의 기회까지 준다고 하니, 나에게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수 밖에 없었다. 상금과 특전을 본 나는 온몸에 피가 돌았고, 눈에선 불이 활활 타올랐다.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고 오직 글만 써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니! 웹소설이 천국이로구나, 마침내 무릉도원을 찾았다!
그렇게 나는 처음 쓴 웹소설을 등록했다. 벌써부터 웹소설 작가가 된 것 같았다. 웹소설 한 편을 완성하긴 한 거니까. 또, 희망 회로가 작동했다. 이미 머릿속에는 공모전에 당선된 뒤 인기 순위에 내 글이 올라가 있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내 100원짜리 소설을 10,000명이 결제하면 나에게 얼마나 떨어질까와 같은 속세적인 생각도 했다. 그렇게, 글을 올렸다. 웹소설 공모전은 '연재형'이었으니 글을 올리면 독자들이 바로 볼 수가 있었다. 즉각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맙소사. 글을 올린 뒤 1시간째 조회수가 1이었다. 내가 쓴 웹소설이 이렇게나 인기가 없다고? 더 큰 충격은, 조회수 1마저 내가 읽은 거라고? 결국 아무도 안 봤다고? 나는 내가 웹소설계를 씹어먹을 줄 알았다. 큰 착각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 내 글이 서울 한복판에 버려진 유흥업소 전단지 같았다. 아니지, 그것은 적어도 조회수가 '1000'은 훨씬 넘을 것이다. 반면 난 0이었다. 그동안의 나의 경력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5,000자가 허공에 날아간 느낌이었고. 사람은 믿기 어려운 일을 마주치면 처음에 부정한다고 했던가. 나는 갑자기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 인터넷이 멈췄나?
나는 그 뒤로도 웹소설 몇 편을 더 올렸다. 묵묵히 올리고, 오기에 또 올리고.
조회수는?
젠장, 무슨 2진법도 아니고 내 소설의 조회수는 2를 넘지 못했다. 그야말로 망망대해. 스케일이 큰 공모전 때문인지 업로드되는 글의 수가 어마어마했다. 내 글은 올리자마자 몇 초 만에 저 지하 깊숙이 파묻혀 버렸다. 독자보다 작가가 훨씬 많은 것 같았다. 잠깐, 독자가 있긴 한 건가? 싶었지만 독자는 있었다. 독자에게 인기 있는, 조회수가 높은 글은 순위권에 당당히 올라갔었으니까. 옥석이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즉, 나는 분명 독자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웹소설쯤이야 쉽다고 생각했다. 아니,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품격 있는 문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읽기 쉬우면 독자들이 알아서 붙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읽기 쉽다고 쓰기도 쉬운 것이 아님을 알았다. 간결하게 쓴다는 것은 오히려 고수의 영역이었다. 편지에 남긴 파스칼의 말이 생각났다.
미안합니다. 짧게 쓸 시간이 없어서 길게 씁니다
나는 100원짜리 소설을 너무 얕봤다.
문득, 나는 내 자신을 뒤돌아봤다.
그때였다.
그제서야 내 능력이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치 웹소설의 '상태창'처럼.
<등장인물 요약 일람>
이름 : 기면민
나이 : 32세
특징 : 방송작가 10년 차에 여전히 글빨 없음
모아둔 돈 : 거의 없음
필살기: 걷는 거
전용 스킬 : <늦잠 Lv.4>
<걷기 Lv.28>
<공모전 지원 Lv.99>
...
<웹소설 Lv.0>
종합 평가 : 뭣도 모르고 웹소설에 도전했다가 폭삭 망함. 지금 이 상태로는 도저히 희망이 없음.
종합 등급 : F급 (잠재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