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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프리 yefree Sep 04. 2022

감히 독일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

이거 먹으러 진지하게 독일에 다시 가고 싶다


먹을 거에 꽤나 진심인 사람은? 바로 나
지도에 밥집, 카페, 빵집 별로 맛집을 저장해둔 게 벌써 1,036개나 된다. (나도 방금 세아려보고 좀 흠칫 놀랐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르지만, 내가 가보았던 여행지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감히’ 기록해보려 한다.




독일에서 친구들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던 얘기가 있다. 바로 ‘독일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다른 나라 음식이다’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 독일에서 함께 생활하던 친구들은 웃으면서 정말 맞는 말이라며 공감을 했다.


나도 독일에 가기 전까진, 독일의 전통 음식을 맛 볼 생각에 신이 났었다. 뭉친 스노우볼 모양의 딱딱한 디저트로 망치로 깨먹는 ‘슈니발렌’ , 한국의 족발과는 어떻게 다른 맛일까 궁금했던 ‘슈바인학센’, 독일의 김치라 불리는 ‘사우어 크라우트’ 등등.


하지만 막상 독일에 가보니, 독일의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은 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대신 정말 많이 마주한 음식점이 있는데, 독일에서 생활하신 분들은 무조건 아실 거다. 모를 수가 없다. 한국의 겨울 날씨에 붕어빵을 파는 많은 포장마차를 마주치는 것처럼 흔하다. 바로 터키음식인 ‘Döner (되너)’이다. 


낯이 많이 익어요 사장님


사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끈 꼬챙이에 고기를 겹겹이 쌓아 올려 파는 터키 음식점을 많이 보셨을 거다. 이태원에만 가도 바로 역 앞에 위치한 곳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독일에서 먹던 되너의 맛이 나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되너는 본래 터키에서 유래되었지만, 점점 독일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한 패스트푸드 느낌이어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독일 되너의 맛을 파는 곳이 있으면 제발 댓글로 알려주시길 바란다. (같이 행복해져요 우리)




독일에 도착하고 처음  먹은 되너다. 독일인 친구가 기숙사 앞에 파는 되너를   먹어보라며  번이고 강조했다.  동네 최고의 되너 음식점이라 칭하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처음이라 먹기 직전에 기념으로 남겨두고자 사진을 찰칵 찍었다. 그땐 몰랐지. 그게 되너를 향한 중독의 서막이었음을 (꿀꿀)


진짜 맛있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평소에 쿠차라나 할랄 가이즈 같은 멕시칸 소울(?)이 담긴 음식들을 좋아하신다면, 얘도 입맛 저격 1000% 라고 확신한다.

저 빵을 피데라고 하는데 주문이 들어가면 바로 따뜻하게 구워주신다. 피데에 진하게 그을려진 그릴 자국은 더욱 되너를 맛있어 보이게 한다. 안에는 얇게 저며진 고기와 야채들과 요거트 소스 등등이 들어간다. 평소에 야채를 잘 안 먹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빵, 야채, 고기, 소스들이 어디 하나 빠짐없이 조화롭게 맛있기 때문이다.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5유로 미만의 현금과 독일어 몇 마디를 외울 수 있는 기억력 그리고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 인자하게 보이는 터키인 사장님에게 가서 “Ein Döner, bitte (아인 되너, 비테)” 라 말한다. 되너 하나 주세요라는 뜻이다. 사실 되너보다는 “됴ㅣ너”의 발음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아무렴 발음이 이상해도 상관없다. 원래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게 현지인들이다.


하나를 주문하면 사장님이 곧바로 이렇게 물어본다. “Alles? (알레스?)”. Every thing? 과 같은 의미로, 야채와 소스를 모두 넣냐는 뜻이다. 독일어가 유창하면 마치 한국에서 현란하게 서브웨이를 주문하는 것처럼 커스텀해서 먹으면 된다. 나는 그 정도의 고급 스킬이 없었기 때문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항상 “Alles. (다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모든 야채와 소스를 넣어먹어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아!




김정은, 니가 거기서 왜 나와

독일에서 처음 사 먹었던 되너 음식점에서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처음 되너를 주문하는 거라 잔뜩 긴장한 상태로 두 손에 4유로를 꽉 쥐고 푸드트럭으로 갔다. 트럭 근처에서 이미 되너를 먹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더 긴장됐다. 초짜 티를 내지 않으려 최대한 표정은 시니컬하게 지었다. 머릿속에서 달달 외웠던 “아인 되너 비테, 운트 알레스 비테” 라 말하고 무사히 주문을 마쳤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잔뜩 쫄았던 몸에서 긴장이 풀리며 그제서야 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었다.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독일에서 만났던 터키인들은 대부분 프렌들리 했다. 처음 등장한 뉴 페이스 손님에 호기심이 발동한 사장님이 말을 걸어오셨다.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에 “코리아”라고 답을 했다. 뒤이어 나오는 추가 질문은 항상 “노스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이다. 노스 코리아면 내가 지금 여기에 있겠냐고요! 그래도 나는 웃으면서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답을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보고 “영은, 영은 킴”이라 반복해서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나를 보고 영은이라 부르는 건가? 내 이름도 모르면서? 그리고 난 영은이가 아닌데, 영은이는 내 고등학교 동창 이름인데. 자기가 알고 있는 유일한 한국 사람 이름인가? 내가 어리둥절하게 서서 쳐다보고 있자 “노스 코리아 프레지던트”라고 추가 설명을 한다. 그제서야 모든 게 이해가 갔다.


터키인 사장님은 뉴스에서 본 북한의 수장인 ‘김정은’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런데 독일어에서 J는 제이라고 읽지 않는다. ‘요트’라 읽는다. 그래서 김정은의 J는 요트의 발음을 따라 자연스럽게 김영은이 된다. 이러니 내가 모를 수밖에. 누가 독일에서 김정은을 김영은이라 말할지 예측이나 했겠는가. 그때는 몇 년 전이라 BTS 나 싸이보다 김정은이 더 유명인사인 시절이었다.


아무튼 독일에 가면 꼭 되너를 한 번쯤 사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 사실 맛없기가 굉장히 어려운 음식인데도 간혹 가다 맛없었던 음식점도 있었다. 그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구글맵에서 평점이 좋은 곳으로 가서 미각을 행복하게 해주자. 만약 지금 당장 독일로 날아갈 수 있다면 가서 질리도록 되너를 먹고 올 거다. 당분간은 생각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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