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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프리 yefree Sep 18. 2022

독일 쾰른에서 꼭 마셔야 할 맥주


독일 쾰른에는 술에 대한 나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인생 맥주가 있다.


원래 나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선천적으로 내 몸이 알코올을 거부한다.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빨개진다. 홍조만 올라오면 다행이다. 일정 한계 잔을 넘으면 목 주변에 피부발진이 생겨 간지러워 미친다.


두 번째는 단순하다. 술이 그냥 맛없다. 흔히들 한잔 마시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크~~~~"라는 감탄사와 함께, 술맛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달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 술맛보다 더 쓴 인생을 느껴보지 못했던 탓이었을까? 나에게 술은 여전히 쓰기만 쓴 액체에 불과했다.


그런 내가 '맥주의 나라' 독일로 떠나게 되었다. 다양한 독일 음식을 맛볼 생각에 신이 났을 뿐, 맥주는 관심 밖이었다. '유명하다고 해봤자 뭐 별거 있겠어? 맥주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쾰른에서 맛보았던 맥주는 이 알코올 문외한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였다.




독일 쾰른에서 먹을 수 있는 쾰시(Kölsch) 맥주다. 내용물보다 더 눈이 먼저 갔던 건 특이하게 생긴 잔이었다. 흡사 학창 시절 때 과학실에서 보던 좁고 기다란 비커 느낌이 났다. 서빙을 해주었던 직원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쾰시 맥주를 고른 건 최고의 선택이라고 했다. 한 모금 넘기자마자 그 말이 바로 납득되었다.


'와, 이건 뭐지?' 목넘김이 정말 예술이었다. 맥주 CF에서나 자주 접하던 문구가 저절로 떠올랐다. 마치 원래 나의 목구멍에 아무 장애물이 없었다는 듯 술술 미끄럽게 들어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고 산뜻한 맛이었다. 술은 나에게 쓰기만 한 괴로운 존재였는데, 이렇게 맛있고 청량감 넘치는 맥주는 정말 내 인생 처음이었다. 사진으론 저 잔이 크게 보이는데 실제론 아쉬움을 남길 정도의 작은 크기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여운이 더 남았다.



날이 좋아 같이 갔던 룸메와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를 했다. 그때 내가 주문한 음식이다. 잘게 으깬 감자를 밑에 깔고 그 위에 스테이크 있다.  스테이크 위에는 튀긴 양파 같은 게 토핑 되어 있었다. 독일 음식은 대부분 맛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독일 음식도 맛있을 수 있구나를 알게 해 준 식사였다.


기온이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가을 날씨였다. 하늘도 맑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맛있는 술과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 독일 오길 정말 잘했네' (ㅋㅋ)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쾰른 대성당을 보러 갔다. 유럽인들은 정말 작은 건축 조형물의 디테일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 같다.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사소한 것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 정신이 전세계로부터 다양한 관광객을 이끄는 힘이 된 게 아닐까?


그리고 낮에 보는 성당과 밤에 보는 성당의 느낌이 180도 달라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밤에 본 대성당은 웅장한 것을 넘어 신비한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기회가 된다면 대성당 야경도 구경하는 것을 꼭 추천한다.



내부까지 디테일이 장난없다. 자연의 빛을 받은 스테인글라스가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카메라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육안으로 본 실제 크기와 분위기까지는 아직은 담아낼 수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믿는 종교는 없지만, 나의 영혼이 홀리(Holly)하고 경건해지는 느낌이랄까. 다른 이들도 분명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겠지. 외벽 공사를 마무리 한 대성당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언젠간 다시 찾아가서 구경하고 마무리로 쾰시 비어를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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