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얼마를 받아야, 사장한테 욕을 먹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확실한 건 4,860원으론 어림도 없다는거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동네 빵집에서 알바를 하고 받았던 최저시급이다.
전날 밤에 가게 간판을 끄고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너는 정신이 나갔냐"는 소리를 사람들 앞에서 들어야 했다. 고작 4천 원 벌려고 저 다크서클 짙은 아저씨한테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어제 나랑 같이 퇴근한 다른 언니나 제빵사한테는 아무 말 못 하면서, 제일 만만하고 어린 나한테 화풀이를 했다. 참, 남의 돈을 번다는 게 치사하고 힘들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런데 사장님 그거 아세요? 지구 반대편에는 정신 나간 가게들이 많다는 사실을요.
독일엔 이상한 가게가 많다. 낮엔 바로 옆을 지나가도 있는지조차 인식도 하기 어렵다가, 밤엔 그 설욕을 되갚아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자체 발광한다. 희한하게 독일인들은 퇴근하면서도 조명을 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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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에 그 앞을 지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옷가게라면 쇼윈도 안의 옷을 한번이라도 보게 되고, 만약 마음에 든다면 그다음 날 사러 가면 된다.
실용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독일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깜빡하고 집으로 가진 않았을 거다. 룸메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이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온통 깜깜한 거리에서 혼자 고고히 빛나는 가게는 말 그대로 시선 강탈이다. 밤새 누군가의 관심을 끌어 그다음 날의 매출로 이어진다면 꽤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 가게도 아닌데) 전기세가 걱정되었다. 우리 한국인들은 여름엔 에어컨 전기세 폭탄을 맞을까 봐, 겨울엔 난방기와 가습기 때문에 돈이 많이 나오진 않을까 걱정을 하는 민족 아닌가. 독일에선 전기세가 그만큼 저렴한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인다고 한다. 전기 낭비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독일의 옆나라인 프랑스에서 루이뷔통은 이제껏 밤새 불을 켜두었던 매장을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소등하겠다고 발표했다.
요즘 한국에서도 영업시간이 끝났음에도 조명을 끄지 않는 가게들이 꽤 보인다. 전기세를 감당하고 얻는 결과는 과연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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