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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프리 yefree Mar 15. 2023

부모님은 아무 말 없이 1000만 원을 입금해 주셨다

내 인생이 180도 바뀐 순간


환경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나도 새 사람으로 태어날 줄 알았다. 그건 단지 나의 큰 오산이었다.



혼자서 할 줄 아는 거라곤 없고, 항상 우연한 행운이 먼저 찾아와 손 내밀어주기만을 기다렸다. '이대로 살다 간 정말 뭐도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독일에 교환학생 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독일에 가서도 여전히 옛날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일례로 6개월이 지나도록 혼자 기차표도 발권하지 못했다. 항상 친구들이 대신 예매해 주니 배울 생각조차 안 했다. 나중에 혼자서 다른 도시로 갈 일이 생겨서야, 부랴 부랴 속성으로 익혔다.



독일에서 학생 비자를 받기 위해선 통장에 약 8000유로(한화로 약 1,126 만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함이다.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부모님은 아무 말씀 하지 않고 바로 다음 날 천만 원을 송금해 주셨다. 부모님께 죄송했다. 이렇게 날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는 부모님을 봐서라도 난 변해야 했다.



Photo by Riku Lu on Unsplash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보자 다짐했다. 그중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건 '혼자 해외여행 가보기'였다. 무턱대고 스페인으로 향하는 저가 항공 티켓부터 구입했다. 여행 전날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밥이 들어가지 않았다. 취소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도망치지 말자고 수십 번 마음을 다잡았다.



첫날 예약한 숙소까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정신이 없었다. 숙소 1층 라운지에 내 또래로 보이는 일본인이 있었는데, 대뜸 날 보더니 한국에서 왔냐고 같이 내려와서 저녁 먹자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탁!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뭐야... 생각보다 쉽잖아? 그렇게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었네' 스스로 만든 한계가 허물어진 첫 번째 순간이었다. 그렇게 스페인을 시작으로 자신감이 붙은 나는 그 뒤로도 스위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를 혼자 다녀왔다.



그렇게 독일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 듯하다. 첫 타지 생활, 첫 홀로 해외여행, 다양한 친구들과의 만남, 언어의 장벽 등등. 이 시간은 나를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게 만들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앞으로 한국에서 못할 게 없겠구나. 말도 잘 통하고, 날 도와줄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데 뭘 못할까?



어떤 도전 앞에서 또 못할 이유를 찾으려고 할 때마다 이때 느꼈던 다짐과 생각들을 기억하려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이 큰 깨달음이 나의 강력한 원동력이자 가장 강한 무기가 되었다.





/Photo by Nick Pampoukid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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