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Money can’t buy me love’
주말에 친구들과 다 같이 만나서 맥주를 한 잔 하는데 한 친구가 마음먹고 새로 외제차를 뽑았다고 한다. 다 같이 축하한다고 말하며 (건배! 하고) 이야기하는데, 그는 2%가 아쉽다고 하소연한다. 조금만 돈이 더 있었더라면 M사의 고급형 차를 샀을 텐데. 하지만 ‘난 가난해서 어쩔 수 없다’고 얄미운 소리를 한다. (모두들에게 욕 한 바가지 먹고, 세상에서 제일 슬픈 외제차 끄는 사람이라고 놀렸다.)
맥주를 마시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한 친구가, “야 너 차도 새로 뽑고 그랬는데 맥주는 네가 쏴라!” 고 그에게 말한다. 그 말에 정색하는 친구. 자기 최근 지출이 커서 돈내기 부담된다고 한다. 결국은 각자 술값을 지불했고 친구는 세상에서 제일 치졸한 외제차 끄는 사람이라고 또 욕을 한 바가지 먹었다. (사실 캐나다에서 누군가 술값을 다 치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90% 더치페이다). 헤어지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데 다른 친구가, ‘쟤는 참 자기한테는 돈 열심히 쓰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쪼잔하게 군다’라고 투덜거렸다. 생각해보니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 우리 중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친구인데, 항상 돈 문제로 고민이 많다. 만약 그 친구가 정말 M사의 고급형 차를 뽑을 정도로 경제적 사정이 더 좋아진다면 그는 행복해질까? 정말 그는 자기 자신이 친구 맥주 사주기 부담될 정도로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걸까?
그가 느끼는 빈곤을 우리는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이라고 말한다. 상대적 빈곤은 ‘I compare myself with others, therefore I am’ (나는 남들과 비교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비교할 대상이 없어질 때까지 원하는 행복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확실한 삶의 목표의 부재; 목적지가 확실하지 못하면 우왕좌왕하게 되고, 절대적인 목표가 아닌 타인과 비교하는 상대적 목표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상대적 목표는 유동성이 강하기 때문에 끝없이 변동된다. (GPS가 계속 목적지를 변경한다고 생각해보자. 가다가 지치겠다...), 다른 하나는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면서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시선을 집중하는 경향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가지지 못함’은 우리의 심적으로 빈곤하게 만들고 행복감을 느끼는데 장애물이 된다.
“그럼 비교를 안 하면 되겠네?”라고 질문해 볼 수도 있겠다. 또는 “무슨 절에 사는 스님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현실적으로 비교를 안 하면서 사냐!”라고 불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타인과 비교를 하는 매체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소셜 네트워크가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되도록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송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최단시간에 자신의 삶을 무차별로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염장 지르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 역시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소셜 네트워크 사용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겠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행위는 자기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타인의 성공이나 삶에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그것을 통한 발전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타인과 계속 비교를 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그때까지는 처절하게 불행하게 있어야 해요. 이거 다 끝나면 행복해집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실제로 다른 사람보다 내가 가진 게 많아서 행복한 거면, 그건 정말 슬프지 않을까? 우리가 우리를 끝없이 타인들과 비교하고 무언가를 가지지 못 한 우리를 비난하는 건, 어쩌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도 모르기 때문일지도.
‘Money can’t buy me love’. 돈은 광범위하게 보면 척도 (measurement)다. 척도의 목적은 비교다. 상대적인 부를 통한 행복, 심리적 여유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돈이 있어야 데이트를 하겠지만, 돈이 있다고 사랑을 얻는 것은 아니다. (누가 나에게 돈이면 사랑도 살 수 있다! 고 나한테 따질 때가 있는데… 그 사람이 산 것이 정말 사랑인지는 난 모르겠다).
내가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면, 그리고 그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소유함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가 우리 삶에서 단순히 “원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