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열 Jul 17. 2019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쓸데없는 소원 빌지 마...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주중, 월요일 저녁 퇴근하고 Five Guys 햄버거집에서 버거를 우걱우걱 먹으며 친구가 한 말이다. 왜?, 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하루가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참 많은데 막상 그런 여유를 누릴 시간이 없다면서. 하루가 48시간이라면, 회사 퇴근하고, 운동도 하고 밥도 좀 더 잘 챙겨 먹고, 친구들하고 커피도 한잔 하고, 쓰고 싶었던 글도 좀 쓰고, 오락도 하고, 미뤄놨던 책들도 챙겨 읽고... 나 또한 그렇다. 한 해가 갈수록 시간이 점점 부족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어른의 삶이다",라고 누가 말했던 것 같은데, 누구였더라?

하지만 '24시간'이라는 하루에 주어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과도하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니라, 하루라는 시간에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생전 처음 여행 준비를 위해 (이왕이면 해외로?) 짐을 싸는 상상을 해 보자. 텅 비어있는 여행가방을 보면 참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는데 여행에 꼭 필요한 용품들 - 속옷, 옷, 세면도구 등등 -을 챙기다 보면 남아있는 자리가 얼마 없다고 느끼게 된다. 여행을 여러 번 떠나본 경험이 있다면 짐을 싸는 것에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기겠지만, 처음에는 욱여넣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꼼수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억지로 욱여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만, 꼭, 정말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여행가방의) 여유를 위해, 조금 더 마음 홀가분한 여행을 위해, 몇 가지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여행지에서 기념품 사서 가져갈 공간도 좀 있어야 하잖아)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 항상 염두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실현 가능한' 목표 설정이다. 직장인이 퇴근 뒤에 주어진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1) 집 앞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2)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와 만나 잠시 커피 한잔을 하고, (3) 직접 손수 한 요리로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 샤워하고 (4) 잠시 밀린 외국어 공부도 하다가 (5)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지기 위해 일찍 잠을 잔다, 고 했다가는 (실현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가능하다 하더라도) 여행가방 옆구리 터지는 것처럼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 질 것이다. 오히려 그 많은 목표들을 실현시키지 못했다는 좌절감만 더 커지지 않을까? 무리한 목표 설정은 우리의 마음에 동기부여보다는 부담감만 주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10가지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이 하루라는 주어진 시간에 다 마칠 수 없다면 미리 과감하게 몇 가지는 다음날, 또는 며칠 뒤로 미뤄보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앞서 말한 예시의 (1), (2), (4)를 반드시 하루에 다 마쳐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하루에 하나씩만 실천에 옮기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하루가 48시간이기를 바라는 건 어쩌면 무리한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안 좋은 습관이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