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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열 Aug 07. 2019

내가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야

생각

쉬는 시간에도 결국 상상훈련 중

"나는 왜 의지가 약할까?"


매일 퇴근 후 딱 한 시간씩만 운동을 하자! 는 결심으로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을 했다는 친구는 - 그 운동을 해야 할 시간에 - 나와 맥주를 한잔 하면서 한숨을 쉰다. '아니 가끔은 빠질 수도 있지, 괜찮아 인마', 라는 내 말에 '등록하고 딱 두 번 갔다'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데?' '3달 전에.' 아니 2달 넘게 안 가놓고 뭘 새삼스레 나 만날 때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거냐… '뭐 바쁘고 그러면 안 갈 수도 있는 거고 쉴 때도 있어야지'. 내 말에 그는 '난 정말 많이 쉰다'라고, 그리고 막상 시간이 생겨도, 무기력하게 보내게 된다고.


해가 지고 새벽이 찾아오면 자괴감을 끌어안고 침대로 몸을 가져간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부족한 건 의지일까?


사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내담자들에게서도 종종 듣는 편이다.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미뤄두었던 일들도 막상 '시간'이 생기면 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을 기계적으로 틀어놓고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는 훌쩍 흘러버린 시간에 놀라며, '왜 나는 주어신 휴식시간을 요령 있게 활용하지 못하고 낭비했나', 라는 자책.


어쩌면 우리는 '휴식시간'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휴식시간이란 말마따나 우리가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 마치 휴일에 가게문을 닫는 것처럼 -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만약 피트니스 센터 가는 것을 포기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한숨을 쉰다면 그것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받는 스트레스의 시간이지 휴식 시간이 아니다.


나는 내담자들에게 업무 일정이나 해야 할 일들을 스케쥴러에 적는 것처럼, 정말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 쉬는 시간도 일정에 적어두라고 하는 편이다. 어렸을 적 하루 계획표를 적을 때 '쉬는 시간'을 꼭 적어두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쉬는 시간을 계획하는 것이 무슨 사치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무기력감은 그만큼 지쳐있다는 마음에서의 신호가 아닐까.


나는 나에게 얼마만큼의 쉬는 시간을 허락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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