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가을은 햇살

만두네 한의원

by 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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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잠시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좀 살것 같다.

눈을 가만히 감고 있으니 살갗이 따끔따끔하다.

일년 중 잠깐 왔다 가는 이 계절이 보내는 무지개빛 화살을 기분 좋게 맞는다.


해는 햇볕으로도 오고, 햇빛으로도 오고 가을에는 햇살로 온다.

계절에 따른 태양의 고도, 대기층의 변화와 온도와 습도의 변화 때문이겠지만,

온도로 명암으로 그리고 피부의 감촉으로 해를 받아들인 사람들의 방식에 마음이 더 기운다.


가을의 쌀쌀한 기운을 숙살지기肅殺之氣라고 표현한다.

엄하게 죽이는 기운이라니, 화살과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숙살지기는 나를 헤치는 기운이라기 보다는 여물게 하고 가다듬는 힘이다.

계절이 변하는지도 모르고 마냥 크면 정말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철부지들에게,

이제는 슬슬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마음을 안으로 거두어들여 가을의 기운을 따르고, 밖으로 치닫는 마음을 가다듬어 폐의 기운을 맑게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으면 폐가 약해지고 안으로 간직하는 힘이 약해져 병이 난다고 한다.

마음 속 한 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고 스스로를 가다듬으라는 충고이지 싶다.


2020년의 가을은 참으로 답답한 시절이다.

그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날마다 햇살을 맞으며 만두 속을 여물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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