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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Jul 01. 2019

포르투에 왜 가야 하나요

유럽 취향이 아닌 당신이 포르투에 가야 할 3가지 이유

내가 프랑스에 살다 왔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종종 내게 좋아하는 유럽 도시나 명소를 묻고는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좋아하는 도시'라고 말하기에는 파리, 런던, 로마, 베를린, 암스테르담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방문하는 유럽의 도시들 어디에서도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유럽보다 동남아가 더 좋아."


물가가 너무 비싸거나 다소 불친절하거나 자유분방한 만큼 위험천만한 도시들의 모습에서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성당 같은 유럽 특유의 종교 건축물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저렇게 '유럽 취향이 아님'을 공고히 하고도 뜸을 들이다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근데 포르투는 다시 가고 싶어."


이번 포르투행을 결정했던 이유이자 '나는 유럽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포르투를 추천하는 이유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 아름다운 도루강과 히베이라 광장



포르투는 몹시 아름답다. 이곳에 도착해 처음으로 도시 구경에 나섰을 때가 떠오른다. 사방에 펼쳐진 주황색 지붕과 새파란 하늘, 자유로운 갈매기들에 마음을 뺏겼다.

그러나 더 압도적인 풍경은 강가에 있었다. 숙소가 있는 동네에서 조금 내려가 구비구비 좁은 골목들을 지나 도루강변의 히베이라 광장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은 종종 현실과 나를 분리시키기도 한다. 윈도우 배경화면을 눈앞에 가져다 놓은 기분, 심즈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NPC처럼 느껴지는 그런 기분.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비유지만 정말로 그랬다. 단번에 감명 받기보다 너무 가짜 같아서 조금 얼떨떨해지는 순간.



멋진 레스토랑이 늘어선 히베이라 광장에서 샹그리아 한 잔을 앞에 두고 도루강의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지만, 이왕 강 근처로 내려왔다면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 해질녘 모후 정원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면으로 보이는 커다란 해가 포르투의 주황 지붕들을 온통 선명하게 물들이며 낮아지는 모습을 잔디에 앉아 지켜보고 있노라면, 노을이 나의 모든 근심을 앗아간 듯 평온한 명상에 빠져들게 된다.




둘. 싸고 맛있는 음식, 무엇보다 포트와인


포르투갈은 주변에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물가가 저렴하기로 소문 났지만, 그중에서도 포르투는 수도 리스본에 비해 확실히 더욱 저렴하다. 포르투의 착한 물가는 '유럽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일주일에 백만원씩 쓰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가볍게 격파한다.



로컬 빵집에서 에그타르트는 보통 0.3~0.5유로 정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명한 가게에서는 1유로 정도로 맛볼 수 있다. 포르투갈식 크로와상(프랑스식 크로와상과 구분하기 위해 보통 브리오슈 크로와상이라고 불린다) 또한 비슷한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자타공인 빵순이인 J의 감동받은 표정과 박수갈채를 자주 구경할 수 있었다.



포르투에 왔다면 반드시 맛보아야 할 것은 바로 해산물. 강과 바다가 인접해있어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접할 수 있다. 특히 포르투는 바깔라우(대구)로 유명한데, 조리법이나 레스토랑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범한 로컬식당에서 구이로 맛본다면 10유로 언저리의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대구뿐만 아니라 문어, 정어리 등도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해산물로 무척 신선하고 저렴하다.



애주가에게 포르투는 포트와인의 도시. 당장 근처 슈퍼마켓에만 가도 다양한 와이너리의 바틀들을 행복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샌드맨, 그라함, 페헤이라 등 유명한 와이너리의 와인이라도 빈티지나 LBV 와인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5~6유로대다.


@PROVA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 마시는 포트와인도 부담 없는 가격이다. 잔당 3~4유로, 비싸면 6유로 정도로 맛볼 수 있다. 어쩐지 가계부를 뒤져보니 거의 매일 술을 마신 흔적이 남아있다.



셋. 친절한 사람들과 안전한 거리


포르투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감각은 서울과 거의 비슷하다. 사람이 많은 큰 길로만 다니면 한밤중이라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많은 가게들이 밤늦게까지 영업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10시만 되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할 게 없다던데’는 적어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상식이다.



저녁식사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포르투갈의 상당수의 식당들은 본격적인 저녁 영업을 오후 8시부터 시작한다. 저녁 식사를 늦게 하는 편이기 때문에 한밤중에도 대부분의 거리가 활기를 띤다. 보통 레스토랑들은 테라스 좌석을 가지고 있어 늦은 시간에도 밖에 나와 여유를 즐기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새벽 1시 포르투에서 맛보는 야식


프랑스에 살 때는 아는 사람이 집 근처 공원에서 노상 강도에게 위협을 당했다거나 소지품을 도둑 맞았다는 소식을 종종 들었다. 메트로 출구 계단에는 늘 대마초를 피우는 불량 청소년 무리가 있었다. 살던 곳이 우범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도 아니고 오히려 전형적인 주거지역이었는데도 그랬다. 대낮에도 언제나 주위를 유심히 살피며 다녔고, 친구들 여럿이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밤에 나갈 생각은 웬만하면 하지 않았다. 프랑스 친구들조차 혼자서는 공원에도 가지 말라며 당부할 정도였다. 포르투에서는 새벽 1시에도 동네에서 홀로 개를 산책시키는 여성을 종종 마주쳤다.


포르투에서 조심할 것이라면 소매치기 정도가 다인 듯 하다. 그마저도 번화가가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중인 스타벅스 파트너의 작품


거기에 사람들은 왜 이렇게 친절하고 이방인을 기꺼이 도와주려고 하는 건지, 이 도시 사람들의 친화력은 종종 놀라울 정도다. 여행 중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칠 것에 대비해 줄곧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아도 좋다. 내가 조금이라도 어리둥절한 기색을 보이면 누구든지 묻기도 전에 문제를 해결해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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