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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Jul 09. 2019

포르투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것

얌얌굿

제목에는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어그로를 끌었지만 사실 세상에 반드시 먹어야 되는 게 어디 있나 싶다. 여행하다 바쁘면 슈퍼에서 샌드위치도 사먹고 케밥도 사먹고 가끔은 거를 수도 있다. 먹거리란 내 여행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편이라 종종 누군가가 '어디 다녀왔다면서 이것도 안 먹어봤어?'하면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왜 제목을 저렇게 썼냐면... 앞에 (포르투에 다시 온다면)이 생략됐다. 즉 여러분에게 하는 말이 아니고 나에게 하는 말이다.


'미래의 나, 포르투에 다시 온다면 반드시 이 음식을 먹으렴. 왜냐하면 과거의 네가 무척 좋아했거든.'


그러니까 이 리스트는 무척 사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다소 편파적인 목록이라 할 수 있겠다. 유명한 음식이야 많지만 사실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줄줄 써내려 가는 게 무슨 소용인가. 그래서 지난번 포스트에서도 좋아하는 장소랍시고 스타벅스와 푸드코트를 추천했던 것이다.... 남들이야 어쨌든 나는 거기가 좋았으니까....


지난 포스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글쓴이의 식성을 고려해 내가 해당 음식을 좋아하게 될지 판단해보는 것도 좋다.



1. 혈관에 걱정이 많다

: 칼로리 폭탄 음식을 먹으면 실시간으로 혈관이 막혀오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며 동맥경화나 뇌경색이 오지 않을까 걱정한다. 포르투는 무엇보다 프란세지냐(Francesinha)라는, 햄과 치즈를 팍팍 넣어 '내장파괴버거'라는 별칭을 가진 샌드위치가 유명한데... 이런 류의 음식은 아무리 맛이 있어도 좋아하기 힘들다.


그래도 사진은 보고 가세요.


2. 단 것은 적당히

: '빵'이라는 단어가 포르투갈에서 왔을 만큼 포르투갈 전역에는 정말 맛있는 빵이 많다. 특히 에그타르트는 아무리 후미진 곳이라도 꼭 파는 가게가 있을 만큼 일상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포르투갈에 머무르며 에그타르트를 많이 먹었는데, 가게마다 다르지만 혀가 아찔할 정도로 단 커스타드를 채워 파는 곳에서는 두 개 이상 먹기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그타르트도 내 얌얌굿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플러스, 에그타르트는 포르투보다는 리스본이니까요)


그래도 사진은 보고 가세요.


3. 이야기가 있는 음식이 좋다

: 지적 허영이 있는 탓일까?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있으면 맛이 훨씬 특별하게 느껴진다.



위 글쓴이의 취향이 반영된 네 가지 음식을 소개한다.


 Tripas à moda do Porto / 포르투풍 내장요리


@Tripeiro


트리파스 아 모다 두 포르투는 19세기 포르투갈이 소나 돼지고기 등을 영국에 수출하고 남은 내장 부위(tripas)를 콩이나 양배추 등과 함께 끓인 것에서 시작된 전통 요리다. 포르투 사람들을 일컬어 '내장을 먹는 사람들(tripeiro)'이라고 부를 정도로 포르투 사람들에게는 상징적인 음식인데, 내장 특유의 향이나 느끼한 식감 때문에 난이도가 있는 편. 하지만 속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풍요로운 맛 때문에 매니아가 되기도 쉽다. 나의 트리파스에 대한 단상은 여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Alheira / 포르투갈식 소세지


@Mercado do Bolhão


포르투 곳곳의 작은 델리에서 언제나 쿰쿰한 냄새를 풍기며 식욕을 자극하는 알헤이라. 소세지는 돼지고기로 만들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조금만 살펴보면 닭고기 종류가 많은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유대인에게 개종 강요가 심하던 15세기 포르투갈에서는 부엌의 소세지 유무로 집안에 유대인이 있는지 검문하고는 했는데, (유대인은 돼지고기를 안 먹으니까 소세지가 없으면 너는 유대인! 개종하거나 이 나라에서 나가!라는 식) 이때 몇몇 유대인들이 닭고기로 눈속임용 소세지를 만들어 이 검문을 피했다. 이때의 역사가 닭고기 알헤이라를 먹는 전통으로 이어졌다고.


먹는 법: 낯선 식재료라 겁 먹을 것 없이 그냥 바로 프라이팬에 익혀서 먹는 듯 하다. 자신이 없다면 레스토랑에서 시켜 먹자. 무척 싸다.


 Jesuita / 고오급 누네띠네


@Confeitaria Moura


어느날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한 번 먹어보라고 건네준 과자인데, 이건...누네띠네! 달고 중독적인 크러스트와 파삭파삭한 패이스트리까지 매우 익숙한 맛이다.


TMI: 이 디저트의 이름이 포르투갈어로 '수도사'를 뜻하는 'Jesuita'인 것은 예수회 사제들이 입었던 망토에서 모양을 따왔기 때문이라고. 스페인 빌바오의 수도원에서 일했던 제빵사가 포르투갈로 가져온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Portonic / 포르투 대표 칵테일



현지인의 집에 초대되었을 때 가장 먼저 만들어 준 것도, 와인바에서 주변 테이블에서 다들 마시고 있던 것도 바로 이것. 포트와인과 토닉워터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인데, 달고 상큼하고 여름에 딱 어울리는 음료다.



포트와인과 토닉워터의 비율을 반반 정도로 맞춰주는 것이 핵심. 라임은 필수! 20도가 넘는 포트와인을 그대로 들이키기에는 못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최고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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