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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agirl Jan 11. 2019

조르바가 골프를 친다면



도넛에서 구멍이 아닌 부분에, 골프코스에서 해저드가 아닌 부분에 집중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이 분야에 있어 자타공인 일인자인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네요. 인생에서 구멍이 아니며 해저드가 아닌 부분에 집중하기 부문 랭킹 1위, '지금, 여기'의 대명사, 바로 조르바 아저씨입니다.


"그럼, 조르바, 당신이 책을 써보지 그래요? 세상의 신비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면 그도 좋은 일 아닌가요?" 내가 비꼬았다. "못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못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나는 당신의 소위 그 '신비'를 살아 버리느라고 쓸 시간을 못 냈지요. 때로는 전쟁, 때로는 계집, 때로는 술, 때로는 산투르를 살아 버렸어요. 그러니 내게 펜대 운전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어요? 그러니 이런 일들이 펜대 운전사들에게 떨어진 거지요.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00)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00)


만약 조르바 아저씨가 골프를 친다면 어땠을까요? 그라면, 어제의 OB, 내일의 더블보기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오늘 이 순간의 골프를 살아버리지 않았을까요? 스윙을 연구하고 해저드를 고민하는 대신 말입니다. 그렇게 골프를 사느라고 골프를 고민을 할 시간 따위는 없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이렇게 자문자답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고 있는가?" "골프를 치네." "조르바, 잘해보게. 골프 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골프밖에는. 골프나 실컷 치게." 


그렇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박수용의 말대로, "영원히 지속될 어떤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여기를 영원처럼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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