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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동안의 (비)자발적 실험

by 블록군


블록 기본 작성 법

블록 작성 방법은 간단하다.


1. 하루를 30분 단위로 나누고, 직사각형으로 그린다.

2. 블록에 계획을 간단하게 작성한다.

3. 집중을 해야/할 하는 블록은 빗금으로 표시한다.


나는 복잡하고 귀찮은 것을 정말 싫어한다. 최근에는 형광펜을 활용 하지만 예전에는 검정 펜 하나만 썼다. 그래서 표현하기 쉬운 방법을 고민하다 빗금을 떠올렸다. 빗금 처리된 블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을 잘 했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이런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1. 일반적인 타임테이블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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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30분 단위를 블록으로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인 타임테이블을 사용했다. 30분은 점선으로 표시했다. 왜 이런 일반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지라는 의문이 들수있다.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몇달 정도는 이런 방법을 쓴 것 같다. 그런데 쓰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다. 이 방법이 오히려 시간에 얽매이게 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30분 단위로 블록을 체크하긴 하지만 시간대가 이어져 있다는게 문제였다. 우리 뇌는 이렇게 연결된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이해한다. 즉 끊거나 새롭게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순하지 않고 오히려 복잡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칼 뉴포트가 만든 타임블록 플래너도 이런 형태였다. 칼 뉴포트는 내 롤모델이고, 딥워크는 내가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지만 솔직히 이 플래너를 보고 든 의문은 하나였다. “이분은 이걸 진짜로 제대로 쓸까?”


그래서 고객님이 다음과 같은 리뷰를 주셨을 때는 너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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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0분씩 블록으로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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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단순하게 만들 수 있을까였다. 작성하기에 단순해야 한다. 나 같은 귀차니스트도 그냥 생각 없이 쓸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레이아웃도 그래서 단순해야 한다. 복잡한 레이아웃은 일단 보는 것만으로 지친다.


그러다가 우연히 30분을 그냥 한 칸씩 그려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중한 시간은 처음처럼 빗금으로 표시했다. 전체적인 타임라인에서 달라진 것은 각각의 네모칸이 생긴 것뿐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방법이 효과가 좋았다. 무엇보다 단순했다. 빗금 처리된 칸만 보면 집중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렇게 30분 단위의 네모칸을 서로 분리했더니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보였다. 원래처럼 시간이 이어지면 모든 사건이 연결성을 가진다. 한번 집중력이 무너지면 계속해서 무너진다. 우리 뇌는 앞의 사건을 연결해서 스토리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블록을 분리하면 각 30분은 별개의 것이 된다. 별개의 시간이 된다. 별개의 사건이 된다. 이 작은 한 칸 30분에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이런 내용을 몰랐지만, 쓰면서 뭔가 신기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에 대한 프레임이 바뀐 것이다. 3시 30분은 3시와 4시를 잇는 시간이 아니다. 3시 30분은 4시까지 분리된 1블록이다. 그 블록을 어떤 사건으로 채우는가는 나의 몫이다. 4시부터 4시 30분은 또 다른 블록이다. 앞의 블록과 이을지, 별개로 채울지는 나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단순한 레이아웃은 원래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블록 앱에 더 잘 맞았다. 첫 번째처럼 기본적인 타임라인은 시간대를 선택하고, 체크하고 복잡하다. 그런데 이런 블록은 그냥 원하는 블록을 클릭하면 된다. 그렇게 이 방법이 블록의 기본 아이디어가 됐다.


3. 카테고리 블록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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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앞에 카테고리를 구분하기 위한 작은 블록을 추가했다. 업무를 예로 들면 회의, 외근, 리서치.. 이런 성격을 구분하면 정리하기 쉽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오히려 불편했다. 해야 할게 많아지면서 복잡하게 느껴졌다. 얼마 쓰다가 이 아이디어는 폐기했다.


4. 주간 블록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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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을 주간 플래너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시간씩 1블록을 그렸다. 주간 블록은 주로 업무를 위해서 제작했다. 그래서 각각의 블록은 오전, 오후 핵심 일과를 의미하도록 조정했다. 일주일은 14개의 블록이 존재하는 개념이다.


5. 핵심 루틴 시간 (My time)추가

언제부터 루틴 시간을 작성했지? 하고 살펴보니 2010년에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면서부터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때부터 데일리 페이지에 기상, 출근, 퇴근, 취침 시간을 적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운동, 독서 같은 시간도 적었다. 그러다가 점점 반복되는 루틴 시간으로 정착했다.


6. 계획 블록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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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을 실제로 제작해서 출시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단순하게 쓰는 방법까지는 해놨지만, 하루의 성과를 그것만으로 살펴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세세한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계획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블록을 제대로 써보면서 그 장점 중 하나가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계획과 실행의 간극을 알 수 있다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 간극을 알면 내가 지금 제대로 된 일정과 프로세스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진행을 하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차이가 큰지를 알고,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떠올린 것이 계획 블록이다. 블록 앞에 하나의 블록을 더 그렸다. 그것을 계획 블록, 이미 있던 블록은 실행 블록으로 명명했다. 계획 블록에는 일과를 미리 그리고 계획을 세운다. 실행 블록에는 실제 실행한 것을 작성한다.


직관적으로 간극을 파악할 수 있다. 집중하기로 목표한 시간에 제대로 했는지, 못했는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등등.. 단 계획 블록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지양한다. 특별한 일이나 집중할 시간을 위주로 간단하게 작성한다.


7. 포켓 사이즈부터 라지 사이즈까지 다양한 노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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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블록을 써오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노트에 썼다. B5 크기의 옥스포드 대학노트부터, 라지, 미디어, 포켓 크기의 몰스킨, 다이소에서 산 레갈패드, 그리고 A4용지까지 이런 경험은 블록 플래너를 만들 때 도움이 됐다.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블록 플래너 제품을 확장하고 싶은 아이디어의 바탕이 됐다.


8. 프린트해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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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을 쓰면서 귀찮았던 것은 매번 블록을 그려야 하는 것이었다. 블록을 주로 업무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했다. 즉 블록 시간은 10시부터 19시까지였다. 18칸의 블록을 매번 그렸다. 물론 그리는 게 재밌기도 했지만,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A4용지에 프린트해서 사용했다. 그리고 이 경험이 원래 앱으로 생각했던 것을 플래너로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의 기반이 됐다.


나도 모르게 5년 동안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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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을 꼭 계속 써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5년 동안 꾸준히 쓰고 있었다. 물론 매일매일 쓴 건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크기, 형태의 노트와 메모 패드를 활용해서 재밌게 썼다.


그렇다. 재밌었다. 단순하게 집중할 때 빗금으로만 표시하면 됐다. 그거 하나만 하다 보니 점점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예전에는 플래너를 쓰고 정리하는 게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매번 작심삼일이었다.


그런데 단순하고 간단해지자 정리하는 게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꼭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특히 나와 같은 고민의 늪에 빠진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었다. 더불어 그렇게 나도 성장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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