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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샐리 Nov 16. 2019

10년 넘는 영어교육이 무색해지는 영국식 영어

한국인으로서 영어는 내가 원해서가 아닌 사회가 모국어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모국어가 아닌데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길 바라는 우리...잘못된 게 아닐까?


공용어가 영어긴 하지만, 우리에겐 한글이라는 모국어가 있다. 모국어가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영어를 배우는 요즘 아이들...10년 넘게 영어교육을 통해 배운 주입식 영어, 자격증, 시험을 위한 영어는 외국인들 조차 묻는다.


‘모국어가 아닌데 틀리면 어때?’

‘너희의 모국어는 영어가 아니라는 걸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데 왜 모국어보다 영어를 잘하려고 해?!’


그렇다. 우리에게 영어는 매일 학교에서 받는 숙제와도 같은 그런 존재다. 

꼭 해야 하고 미룰 수 없는 숙제...근데, 그 숙제를 해결하는 방향에 문제가 있다면 답이 나올까?

20대 취업 준비생들에게 영어는 자격증을 위한 영어다. 실제 외국인과의 대화가 아닌 점수만 잘 나오면 되는 영어...


‘과연 그게 정말 실제 사회생활에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을 20대 내내 아니 10대에도 생각을 해왔다. 10년 넘게 영어를 배운 내가 몰타에 도착해서 적잖이 충격을 받은 건 영국식 영어+몰타인의 발음이 섞인 영어는 이제 막 영어를 시작하는 단계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아무리 발음이 다르다 해도 10년 넘게 그놈에 영어에 시달리며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취득하고 했는데,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적잖게 받은 충격은 다시금 나 스스로 한국에서 배웠던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시작을 스스로 다짐했다.

한국에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모국어처럼 잘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을 갖게 했고, 문법 최고 한국인이지만, 말하기는 잘 못하는 한국인이 되었다.

몰타에서 문법 시험을 보면 항상 한국인들이 제일 잘한다. 하지만 대화나 토론을 할 때는 그 반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말보단 쓰기에 익숙한 우리의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몰타에서 수업을 들으며 순간순간 많이 느꼈다.

몰타에서 수업을 들으며 펜을 잡고 쓰기에 바빴던 우린, 말을 잘하기 위해 갔음에도 어느 순간 펜 을 잡고 쓰기에 바빠 있었고, 외국인들은 그런 한국인을 이해하지 못했다.

스스로 했던 다짐과는 달리 한국에서의 습관을 어느 샌가 다시 하고 있었고, 이 습관을 고치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시작한 나의 영어 어학연수는 지난 교육과정을 한순간에 내려놓게 만들었다.

같이 수업을 들음에도 어느 정도 실력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생겼고, 가만히 들어보면 문법이 맞지 않음에도 계속 말을 하고 그럼에도 대화가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그게 맞는거다. 모국어가 영어인 국가의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영어는 모국어가 아님을 알고, 그들을 위해 속도를 줄여가며 말을 하고, 그들의 틀린 문법에도 이해를 하며 대화를 그래도 이어 나간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주저 했던 우린 언어를 배우는 자세와 생각에 문제가 있었음을 몰타에서 수업을 들으며 느낄 수 있었다.

영어는 우리의 모국어가 아니고, 제2 외국어임을 잊은채 모국어인 것 마냥 미국인처럼, 영국인처럼 할 줄 알아야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말했던 우리가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 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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