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언젠가라는 막연한 기대를 수도 없이 많이 하며 살아왔다.
수도 없이 많은 언젠가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또 수많은 언젠가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우선순위의 언젠가는 이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을 하게 되는 시점이다. 지난 한 해 많은 분들이 퇴직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제 나도 그 언젠가를 준비해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란 시간에 조금의 불안함을 가지게 된다. 그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과거의 언젠가 지금의 내가 머물고 있는 최근 몇 년의 시간들로 들어 설 즈음에는 그런 불안한 마음을 가질 시간조차 없었다. 그 시간에 도달하기까지 언젠가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고 그렇기에 여러 가지 면으로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조금 멀리 떨어진 언젠가는 불확실하고 막연 하기에 불안한 감정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그들이 사라진 빈자리에 남은 공허함은 그 불안을 더 크게 만들었다. 그 언젠가. 내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 남을 공허함이 더 불안하게 만든다.
공허함을 남기고 떠나고 난 그 자리에 다시 누군가 채워지고 나면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 다시 내게로 돌아올 공허함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더 불안하다.
평생을 몸 담아 온 그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줘야 한다는 것은 과거 언젠가의 내가 사라지는 일이기에 불안하다.
그 자리를 떠나 새롭게 펼쳐질 세상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클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내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을 공허함이 더 불안하고 쓸쓸할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그 시간에 도달했을 때 어쩌면 지금의 우려만큼 크지 않을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