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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Feb 08. 2023

The Splash and Dash

기본기에 대한 두려움   

수영 수업은 매일 하던 자세와 훈련이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활동을 하나씩 덧칠해 그라데이션을 이루듯 진행된다. 이제 호흡에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 싶으면 도전과제가 다시금 주어지는데 기본기를 잡으면서도 한 단계 나아가 작은 성취감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질수록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재미있다. 수영의 이유에 등장하는 세계 최고령 마라톤 수영선수인 킴 챔버스의 “ 물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장난스러움과 연결된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진다.


문제는 호흡이 아닌 코어


사실 제일 걱정했던 건 물속에서의 호흡이었는데 첫 번째 과제는 발차기였다. 나름 발레 하면서 그랑 바뜨망 좀 찬다고 자부했는데 물속에서는 그보다 더 큰 강도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과 파워가 필요했다. 결국 이번에도 다리가 아닌 몸을 지탱하는 코어의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발레를 할 때도 그랬다. 유연성도 자세도 나쁘지 않았지만 중심에서 잡아주지 못하니 바를 벗어나 센터에 나서면 풍선 인형처럼 이리저리 나풀거리기 일쑤였다.

결국은 이번에도 코어의 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틈날 때마다 지상 발차기 연습을 시작했다. 코어 기르기 근력운동은 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반복 만이 살길이다. 코어 힘이 부족하면 어깨와 목 통증도 따라붙는다. 새로운 자세를 배울 때 아무 도움 없이 몸을 물에 맡기게 되면 그야말로 뱃심이 받쳐줘야 하는데 긴장을 되면 목과 어깨에 제일 먼저 힘이 들어간다.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나의 몸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고 주도적으로 운동을 찾아 하게 된다. 몸으로 자각하기 때문에 물속에서의 즐거움을 위해 힘들어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초가 탄탄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있다. 발레의 점프와 턴이 한 동작으로 연결되듯, 수영도 호흡과 발차기 그리고 팔동작까지 하나로 연결돼야 움직일 수 있다. 근육의 힘 그리고 바른 자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몸을 쭉 뻗으며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제 조금씩 팔과 다리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작게나마 전진해 나가는 힘이 느껴진다. 호흡까지 잇는 것이 아직 어렵지만 추진력의 기본 리듬을 익힌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너무나도 대견스럽다.


"근육에 새긴 연습의 흔적은
인간의 몸을 더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마치 돌고래가 떼를 지어 질주하듯
그 친구들이 물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기계처럼 반복된 고된 연습의 대가라는 것을 말이다"

-p.173 거북이 수영클럽


새벽에서 깨어나는 시간


귀마개가 빠진 줄도 모르고 수영을 하다 물을 빼내려 바닥을 콩콩대다 보면 천천히 밝아오는 하늘을 높이 마주한다. 유리로 만들어진 천장엔 수영장 빛이 비쳐 일렁이지만 깊은 쪽빛에서 투명해져 가는 시간의 변화가 펼쳐진다. 어서 배영을 마스터해서 두둥실 하늘빛을 더 오래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오묘한 매력에 당분간은 새벽 수영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깨끗한 물에서 하루를 깨우는 일도, 수영이 끝나고 집에 와도 아직 아침이라는 것이 뭔가 추가 시간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수업이 너무 힘들었던 날은 잠시 쪽잠을 자고 일어나도 하루가 개운하다.


아직 불안정하긴 하지만 이제 킥판 없이 25M를 가까스로 횡단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가다듬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킥판 반입이 안되어 고민만 했던 자유수영도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생님은 물론 초보도 와도 된다고 했지만 괜히 다른 사람 수영 경로에 방해가 될까 싶어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 용기를 내봐도 될 것 같다. 새벽이 밝아오는 시간 조금은 차가운 물의 냉기가 나를 깨우고 오늘도 첨벙첨벙 질주 'the Splash and Dash'를 시작한다. 수면 아래의 깊은 정적 그리고 숨을 참고 올라와 내쉬는 호흡이 공존하는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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