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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고래 Oct 22. 2021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엄마가 되고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함을 알았다

 2021. 07.03 

아라의 무사 귀환으로 우리 세 쌍둥이는 완전체가 되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또 얼마나 행복할지, 기쁠지, 힘들지, 화가 날지 모르지만 그날 하루는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되는 완벽한 하루였다. 아라를 데리고 와서 셋이 같이 눕혀놨는데, 눈물이 줄줄 줄... 폭풍 오열이 올라왔지만 배고프다 찡찡대는 누리 덕에 현실로 돌아왔다.

 

세 쌍둥이 완전체

 세 쌍둥이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바빴다. 사실 힘들다는 표현보다는 바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한시도 앉아있을 틈이 없었다. 다행히 수유 시간을 맞춰놔서 같은 시간에 한 번에 쭈욱 먹이면 되지만 세팅이 빨라야 했다. 디테일은 떨어지지만 손이 빠른 편이라 다행이었다. 삼총사의 먹성은 장난 없었다. 3시간 세팅된 알람처럼 1분 1초도 놓치지 않고 울려댔다. 특히, 누리는 공복이 무서운 아가였다.  

다둥이 육아의 필수 아이템, 유에프오 쿠션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나가던 그때 문득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이란 놈과 마주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신의 소소한 행복이 이어질 때 가끔 두렵다는 것을... 어릴 적 나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따뜻한 가족이었다. 엄마, 아빠와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진 어린아이는 그 따뜻함이 너무도 그리웠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었다. 외동에다가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 보니 외로움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외로울 틈이 없다. 가끔은 머리도 뜯겼지만 그거야 뭐 백번이고 천 번이고 뜯겨줘야지.

머리 뜯기는 증거 사진

 엄마 맘고생 많이 시켜서인지 아기들은 순딩이 들이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응가도 잘했다. 뒹굴뒹굴 놀다가도 자고, 범퍼 의사에서도 자고, 진짜 저러고도 잘 수 있나 싶을 만큼 잘 잤다. 사고는 꼭 똘똘 뭉쳐 신나게도 쳤다. 전공의 먹방이고 부전공이 사고치 기였다.

 시간을 달리고 달려서 2014. 03.08 이 되었다. 중간중간 소소한 이벤트가 있었지만 아기들은 건강하고 우량하게 커주었고 더 이상 이른둥이 티도 나지 않았다. 아라가 작아도 너무 작아서 맘이 아팠지만, 작은 건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기에 괜찮았다. 짝꿍이 와 나는 돌잔치를 하지 말자고 했었지만, 세 쌍둥이고, 100일 파티도 못해줘서 작게 하기로 했다. 친척 어른들과, 친한 친구들이랑 스몰 돌잔치를 계획했다.


 돌잔치 준비하면서 결혼식 준비를 다시 하는 줄 알았다. 이건 뭐 예식장 잡는 거랑 똑같았고 신부화장에 맞먹는 엄마 화장도 해야 했으며, 의상도 준비해야 했다. 스냅사진도 필요했고, 돌잔치에서 사진 찍어줄 사진작가도 있어야 했다. 얼마 전 강원도 속초에 펜션을 오픈해서 거제도에 없지만, 사진작가 동생이 있어 1년 동안 우리 아가들 사진을 찍어주었다. 일부러 병원까지 같이 가서 찍어 준 날도 있었다. 그 마음이 참 예쁘고 따뜻했다. 덕분에 사진 다운 사진이 많이 남아있다. 백 작가 고마워. 이젠 백사장님이네. 진짜 많이 고마웠어.

우리 다섯은 예쁘게 한 껏 꾸미고 돌잔치 장소로 향했다. 설레고 기쁘고 긴장되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게 결혼식보다 더 했다. 결혼식은 나만 챙기면 되었지만, 셋이나 더 챙겨야 했다. 돌잔치 중간에 배고프다 찡얼거려 수유하고 컨디션 좋아야 한다고 재우고 여기저기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하는 내내 이런 시간이 주어진 것이 감사하고  즐거웠다. 

아라, 마루, 누리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동안 첫째 아라가 우연히 이번 제목을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그럼 나도 고마워? "라고.

당연히 너한테 제일 고맙지. 아라야.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단단하고 튼튼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나의 가족이 되어 줘서 고마워. 다시는 외롭지 않게 해 줘서 고마워.


 세상 모든 불행의 소스를 다 때려 넣은 안쓰러운 내 인생에 세상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가득하게 해 준 너희가 있기에 오늘도 엄마는 힘이 난단다. 나는 어디에서든 당당한 너희들의 엄마로 보이고 싶기에,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에 더 멋지게 살고 싶단다.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따뜻한 멘탈을 지녔기에 언제나 당당하고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라, 마루, 누리야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오늘 건강함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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