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유난히 따뜻했던 가을의 속초

Day 3 ; 속초

by 현정

양양을 떠나는 날 아침. 어제 못 본 일출을 꼭 보리라 다짐했지만 잠에 든 시각은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였다. 앞으로 여행을 하는 동안 일출을 볼 기회는 많을 텐데 굳이 일찍 일어나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떠나는 건 아쉬웠다. 촘촘히 맞춰 둔 알람에 6시 반, 눈을 떴다. 그 순간에도 고민은 계속되었고, 일단 손을 뻗어 커튼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잠에 들 수 없었다.


구름이 많이 끼어있어서 온전한 해의 모양을 볼 수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본 일출은 일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서글퍼지곤 했었는데, 반대로 해가 뜨는 모습은 왠지 어제의 서글픔을 씻겨주는 것 같았다. 수평선 위로 약간의 붉은빛이 퍼져갈 무렵부터 해가 구름을 뚫고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한 시간 가량을 멍하니 창 밖만 바라봤다. 오늘 저녁에는 또다시 서글픔이 밀려오겠지만 내일 아침 또 이렇게 나를 달래주겠지, 생각하면서.




다시 속초에 와서야 깨달았다. 여행을 시작하고 이틀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여행을 시작한 첫날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사들고 갔던 닭강정 한 상자를 이틀 동안 먹었다. 그것 말고 먹은 거라고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캔맥주뿐. 아, 그리고 어젯밤 안주삼아 편의점에서 사 온 파인애플까지. 딱히 배가 고프지도, 무언가가 먹고 싶지도 않았다. 닭강정을 한두 알씩 틈틈이 집어먹어서 배가 고플 새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입실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서 짐을 맡겨두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추천받은 국숫집에 갔다. 사실 밥이 먹고 싶긴 했는데 추천받은 밥집이 좀 멀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인데 그냥, 귀찮았다.




‘엄마’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세 가지 있다. 닭도리탕, 김밥, 그리고 비빔국수.


유난히 비빔국수를 좋아한다. 매운 걸 잘 먹지도 못하면서 비빔국수만은 유난스럽게 좋아한다. 국숫집 이야기를 듣는 순간 비빔국수가 먹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테이블이라고는 세 개뿐인 작은 국숫집에 들어가 비빔국수 하나를 시켰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냉면 그릇에 담긴 빨간 비빔국수가 나왔다. 반찬은 열무김치 하나. 국숫집 사장님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많이 먹어”하며 웃으셨다.


그러고 보니 여행 첫날 속초에서 탄 택시의 기사님도 반말을 하셨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의 반말에 유난히 예민한 난데 이상하게 속초의 반말에는 위로를 받았다. 비빔국수가 맛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일출과 비빔국수, 택시 기사님, 국숫집 사장님까지. 오늘 속초는 어쩐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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