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위태로운 별, 그리고 울진

Day4 ; 울진

by 현정

울진행 버스 티켓을 끊었다. 다음 여행지로 울진을 선택한 건, 딱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탈 수 있는 버스의 행선지들을 지도에 검색했다. 울진종합버스터미널, 바다와 가까운 곳이었다. 이대로 강원도를 떠나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강원도는 언제든 또 올 수 있으니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경상북도 울진행을 택했다.


울진으로 떠나겠다고 마음 먹고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네이버에서 우연히 민박집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민박집 바로 옆에 있는 망양정까지. 여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끌림이었지만, 나는 이유없음이라는 이유를 신봉하는 사람이니까.


민박집에서 망양정까지는 걸어서 15분정도. 망양정 바로 옆에는 망양정 해수욕장. 그리고 민박집을 기준으로 양 옆 10분 거리에 바다가 보이는 카페 두 곳. 이 정도면 아주 완벽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정말 친절했다. 어디선가 만나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대충 가방만 던져두고 노트북과 책 한 권을 챙겨 카페로 향했다. 바다가 보이는 텅 빈 카페와 책 한 권, 더치커피, 이상적인 휴식이었다.


6시가 지나자 사방이 어둡게 칠해졌다. 여행을 다니며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시골의 밤이 너무 빨리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울진의 저녁 6시는 서울의 새벽 3시 같았다. 카페에서 숙소까지는 1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였음에도 갑자기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서둘러 짐을 챙겨 카페를 빠져나왔다. 가로등 하나 없는 해안도로에 움직이는 것이라곤 나와 파도 뿐이었다.




민박집에 돌아와 남아있던 두려움을 씻어내고 적막을 즐기게 되었을 무렵, 문득 바깥이 궁금해졌다. 더 이상 오가는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각, 살며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지금껏 봐왔던 것 중 가장 검은 하늘과 바다였다. 모든 시야가 차단되고 나니 나를 향해 달려오는 파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고개를 들었다. 어둠에 적응된 눈에 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까만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위태롭게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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