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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도마뱀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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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Oct 23. 2021

한 통의 전화

#1





“어제 새벽 2시경 서울 인근 야산에서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의 변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그가 뇌진탕으로 쓰러진 후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김문영 기자가 전합니다.” 텔레비전 너머로 들리는 뉴스앵커의 보도를 듣고 커피잔을 든 윤영의 손이 엷게 떨렸다. 새하얀 머그잔에 담긴 흙빛의 커피가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며칠 전이었다.


“윤영 멘토님을 찾는 전화가 왔는데 잠시 상담하시는 동안 제가 당겨서 받았거든요. 거기 모니터 보시면 포스트잇에 번호 남겨놨어요. 멘토님 인상착의까지 구체적으로 말하면서 찾던데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통화해볼게요.” 윤영은 익숙하다는 듯 내선전화의 수화기를 들어 메모에 적힌 번호를 기계적으로 눌렀다. 그녀가 온라인 1타 강사만큼 유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취업아카데미에서 차근히 입지를 다진 터라 지명해서 찾는 학생들은 이따금 있었다.


잠시 통화음이 울리고 수화기를 통해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취업아카데미 멘토 이윤영입니다. 전화번호 메모로 남겨 놓으셨길래 전화드렸어요.”

“아…. 예전에 인터넷 기사로 인터뷰하신 거 접하게 되고 인상 깊어서 연락드리게 됐어요. 목소리도 예쁘시네요.”

“감사합니다. 취업 관련해서는 어떻게 목표를 잡고 계시는가요? 대기업인지 혹은 공기업인지 희망하는 직무는 어떤 쪽인지에 따라서 플랜을 다르게 짜드리고 있어요.”

“글쎄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고요.”

“보통 취업이라는 게 정답이 없다 보니 방향 설정에서부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아카데미에 방문해서 전공은 뭔지, 흥미나 적성은 어떻게 되는지 들어보고 성향이나 희망 연봉에 따라 계획을 짜보면 좋겠네요. 혹시 방문은 언제쯤 가능해요?”


“….”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방문은 조금 어려워요.”


종종 있는 반응이었다.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응대했다.

“취업아카데미를 방문한다고 해서 무조건 등록을 해야 되는 건 아니에요. 상담을 받아 보고 학생이 필요성을 느끼면 그때 등록을 고려해보는 거고요.” 곧장 말을 자르며 학생의 대답이 이어졌다. “딱히 그런 거 때문은 아니에요. 멘토님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마시고 잘 주무셨으면 좋겠어요.”


그러곤 갑자기 전화를 뚝 끊었다. 조금 이상했다.‘지명해서 찾는 학생들은 상담에 적극적인 편인데…. 내가 간혹 자책도 하고 신경 쓰는 일이 많으면 잠을 못 자긴 해도 이런 거로 잠을 설치진 않지.’ 윤영은 피식 웃고는 당일 업무일지를 작성한 뒤 퇴근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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