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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수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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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Dec 10. 2022

안전감

요즘 세대 이해하기

왜 MZ세대에 주목해야 하는가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는 말은 유구한 세월 속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대를 구분짓기를 좋아하는 걸까. 상대적으로 삶을 더 오래 경험한 사람들은 젊은 세대를 '요즘 것들'이라 표현하고 청년들은 나이든 어른들을 소위 '꼰대'로 치부했던 모양이다.

지난 수 년간 MZ라는 유령은 대한민국을 배회했고 수많은 담론과 현상을 만들었다. 특히 회사에서 HR 업무를 하다보면 MZ라는 단어가 우리네 삶에 얼마나 깊게 스며들었는지 느끼게 된다.


한 때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90년생이 온다" 라는 책이 있다. 90년대생들이 직장과 사회를 향하는 시선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알려져 우리 회사 경영층에게 필수적으로 읽혔던 기억이 있다. 비단 이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에서는 2030 세대가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안에서 일하는 방식, 그리고 속마음들을 재치있게 풀어낸다. 그런데 막상 따지고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애초에 기업을 구성하는 직원들 중에서 MZ세대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유독 2030에 많이 주목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쉽게 외면하기 힘들어한다.  


신입사원들을 직접 채용하고 만나본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들은 실제로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젊을수록 미디어를 손쉽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미디어 중에는 침대에 하염없이 누워 손가락만 까딱거리게 만들 수 있는 단순 흥미 위주의 컨텐츠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가령 조직과 사회에 존재했던 부정적 요소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널리 전파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와 함께 자란 세대는 과거에 만연했던 직장 내 '잘못된 관행' 들을 공론화하여 기존의 체제에 순응하던 기성세대에게 과감히 메시지를 던진다.

MZ세대는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들이기도 하다.  과거보다 가혹해진 입시와 취업난 속에서 이들은 의무적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야만 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른 두 세대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보여지는 스펙은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가파르게 감소하는 출산율과 젊은 인력 비율은 이들의 가치를 평가절상하기에 충분하다. 미래 어느 시점에는 취업준비생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져 기업들이 인재들을 모셔오고 직장 내 어떤 인력보다도 훨씬 우대할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2030을 조금 더 섬세하게 이해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 

회사의 새내기들이 잘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HR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그래서 신입사원들을 만나거나 소위 주니어라 불리는 직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을 때면 더욱 집중하려 한다. 회식과 같은 일상적 요소들부터 인사이동, 직무순환, 그리고 승진과 보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꼭 MZ세대가 아니더라도 많은 직원들의 고민이나 평소의 생각들을을 꿰뚫는 질문은 '나는 지금 안전한가'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HR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용어다.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직의 공통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하거나 서로의 신호를 쉽게 캐치할 수 있고, 설령 부족한 점이 드러나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혹은 감정을 뜻한다. 단순한 친절함이나 신뢰감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역설적이게도 조직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 요소들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심리적 안전감은 바로 '예측가능성' 에서 기인한다.


회식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애증을 가져봤을법한 회사의 문화 현상 중 하나다. 회식 자리는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이 함께 참석하는 경우가 많기에 완전히 편할 수만은 없다. 심지어 과거에는 술을 강권하는 문화도 만연했기에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고역이었을 것이다. 조직문화 측면에서 전통적으로 긍정보다는 부정적 요소를 훨씬 더 많이 만들어낸 회식이지만, 그 존재 자체가 거부감의 가장 큰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식에 대해 가장 거부감이 드는 순간은 소위 '번개' 가 칠 때이다.

분명 오늘 저녁 강남에서 친구와 약속이 있는데, 부장님은 퇴근하기 30분 전에 갑작스러운 팀 회식을 제안한다.

제안을 받은 팀원들은 부서장과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혹여나 나만 빠지는 것은 아닌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한다. 아마 부득이하게 선약을 취소하는 사람도 등장할 것이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직장에 대한 불만족감이 생긴다.


하지만 직원이 근무 일정을 스스로 설계하고 움직일 수 있다면, 회식 일정을 최소 몇 주 전에 안내 받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정 관리도 수월하고 친구나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이 부득이하게 외압에 의해 방해될 일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통제력은 야근이나 회식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 전반에 적용된다. 내가 내 삶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는 삶의 만족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직문화는 더욱 중요하다.


대학내일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Z세대는 실패에 대한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면 된다,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와 같은 1세대 기업가의 정신과 메시지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꺾여버린 성장률, 그리고 무기력이 만연한 세상에서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감이다. 한 때 비트코인의 광풍이 몰아친 이후 근로소득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그런 안정적인 급여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이 보호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솔직하되 정제된 언어로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본인에 대한 평가나 평판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내가 선택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조직이 안정적으로 급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입사 후에 사전 동의나 면담 없이 다른 부서 혹은 엉뚱한 근무지로 발령을 받아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가 회사를 마냥 냉소적으로 대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기성세대의 편견이다. 최근의 젊은 층에서 도드라지는 문화는 워라벨이 아닌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이라고 한다. 미래학자인 제이콥 모건(Jacob Morgan)은 갈수록 일과 삶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워질 것이며, 그렇기에 일과 삶을 융합하는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라 말한다. 직장, 가족, 공동체, 개인의 안녕, 건강 등 생활을 정의하는 모든 영역 사이에서 더 많은 시너지를 창출하는 접근법은 일과 삶을 어느 정도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MZ에게도 '業' 은 삶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하고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근무시간을 명확히 지키고 퇴근 이후의 삶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 자긍심을 느끼고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한다. 이것은 HR 관점에서 인사이동이나 직무에 관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많은 젊은 세대는 본인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성취를 해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내가 원하는 근무지와 일정 속에서 주어진 업무를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시도해보면서 잘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사람도 변하기 쉽지 않은데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기업은 그 본연의 모습과 체질을 바꿔내는 것이 정말 큰 도전과제일 것이다. 기업이 내놓는 제품과 상품,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혁신을 이뤘을지 모르나 기업의 근간을 만드는 직원들의 생각이나 조직문화와 같은 것들은 때론 애써 외면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을 유지하기도 한다. 그걸 정면으로 저항하고 바꿔내는게 MZ세대가 아닐까 싶다. 순응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에게 기업은 '너를 신뢰하고 있으니 하고 싶은대로 다 해봐도 된다' 는 안전감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기득권을 누렸던 세대들이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큰 기둥을 이루고 있는 뿌리는 지켜내면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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