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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수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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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Oct 22. 2023

문화

코어는 건축물의 거대한 기둥이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구조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해줌과 동시에 코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때론 사람들의 수직적인 이동공간이 된다. 그래서 생활과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심결에 스쳐 지나가며 여기가 코어인지도 인지하기 어렵겠지만 매우 핵심적인 요소이다.


조직에선 문화가 그렇다. 출근한 사람들에게 매일매일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삶의 양식이다. 하지만 문화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이나 좌석을 선택하는 규칙, 옷차림과 같은 외형적인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회의나 보고 방식, 휴가 사용, 주로 쓰는 말투와 같이 내형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명확하게 몇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그래서 컬처덱이라는 것을 발간하는 것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있다. 컬처덱은 기업들이 갖고 있는 모든 인사 제도와 운영 방식, 문화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고 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자 그 기업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식이다. 컬처덱은 곧 채용 브랜딩과도 연결된다.




나는 처음에는 우리 회사의 문화가 싫었다. 은근하게 술을 강요하는 저녁 식사 분위기도, 결론 없이 과거 이야기만 되풀이하는 회의도, 자유롭지 않는 연차 사용에 대해서도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시간이 흘러 사회 트렌드가 워라밸에 집중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변화에 동참할 때 우리 회사도 많이 변해갔다. 복장부터 휴가제도, 각종 일하는 방식은 효율화되었고 지금은 1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회사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지나서 보니 내가 싫어했던 것은 문화가 아니라 그 당시 부서나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을 깨달았다.


문화는 보다 더 근본적이다. 휴가를 눈치 보지 않게 쓸 수 있는 것은 조직문화를 바꿨다고도 할 수 있지만 아주 일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기둥을 들어내거나 구조적 변경을 했다기 보다는 작은 인테리어 요소를 변경한 수준이다. 술자리에서 강권하는 문화도, 복장도 마찬가지다.

여러 단어나 문장이 있겠지만 우리 회사의 조직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표현은 ‘과감함’ 그리고 ‘도전적’이다. 난 지금도 그것이 참 좋다. 어떤 프로젝트나 업무건 우리 스스로는 확신을 갖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채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는 사례도 많았다.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기업이나 업무가 그렇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것이 깊게 내재화되기는 매우 어렵다. 미래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볼 수 있는 동력은 쉽게 발현되지 않는다. 동료들과 함께 이뤄낼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데서 시작하는 그 원동력은 우리 회사가 가진 장점이자, 향후 인재들을 채용할 때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요즘은 문화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어떤 회사에서는 조직문화를 주관하는 팀이나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여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힘을 싣기도 한다.

나는 문화를 그저 느끼고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 아닌, HR을 하는 사람으로서 문화 자체가 나에게 업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더 많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보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많은 삶의 양식을 일단 정립하고 정의하는 것이 좋은지, 소위 좋다고 여겨지는 요즘의 문화로 바꿔가는 게 우선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전자가 먼저이다.


진단이 되지 않은 회사가 많다. 사실 대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 조직의 역사가 수십 년이 될 정도로 무구할 것이며 그간 쌓아온 업무의 프로세스나 조직 문화가 매우 촘촘할 것이다.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 자체로 유의미한 부분도 있다. 그것이 외부로 보일 때 삼성/LG를 다니는 회사원들의 이미지로 재치 있게 표출이 되고 공감을 얻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의 많은 기업들은 DEI에 주목한다. DEI란 ‘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다양성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기업에서 일을 할 때 하나의 조직으로 잘 공존하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는 단연 다양성이 아닐까 싶다. 초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사람들의 특성에 맞게 조직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고, 능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조직문화가 그 자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HR은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에 정의된 제도들은 개선이 이어지고 단점들은 없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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