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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고흐 Jan 06. 2024

첫 시작부터 순탄할 줄 알았는데...

여기 사람 있어요


시간은 흘러 흘러 대망의 출국 날이 다가왔다.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캐리어에 싸둔 짐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평소와 다르게 설레는 출근길. 내 오른편에 무거운 캐리어가 그 마음을 증명하는 것 같다. 휴대폰의 카톡방은 7시부터 웅웅 울려대기 시작했다. 절대 설레서 일찍 일어난 게 아니라는 D와 강릉에서부터 인천공항까지 기나긴 여정을 와야 하는 Y가 떠들썩했다. 나도 들뜬 마음으로 캐리어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드르륵. 드르륵.


조용한 출근길 지하철에 내 캐리어 소리가 요란해서 괜히 눈치가 보였다. 사람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잠을 청하거나 휴대폰 삼매경이다. 나도 들뜬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면서 잠을 청했다... 지만, 머릿속엔 계속 일본 여행 계획이 브리핑되고 있었다.


신청해 둔 면세품 잘 찾을 수 있겠지?

사고는 안 나겠지?

일본어는 잘 나오겠지?

예약을 하나도 못해놨는데 밥 먹을 수 있겠지?


등등.. 고민고민하다 보니 벌써 내릴 역이다. 평소에는 계단으로 후루룩 내려갈 텐데 캐리어가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찾아서 타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출근길부터 힘을 왕창 쓴 느낌이다. 회사 근처 역에 내려서 오르막길도 낑낑거리면서 겨우 사무실에 도착했다. 평소와 다르게 큰 소리가 나자 전무님이 쳐다보시면서 어이구, 집에서부터 끌고 온 거야? 하시니 정말 오늘 떠나는구나가 강하게 느껴졌다.






저녁 아홉 시 반에서 열 시쯤 만나기로 해서 6시가 되어도 사무실을 벗어날 수 없었다. 신사역에서 인천공항터미널까지는 한 시간 반 여정이지만 퇴근길 사람들을 피해 느지막이 출발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간식을 먹고 다시 힘을 내서 캐리어를 끌고 사무실을 나왔다. 다행히 3호선은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아서 가뿐하게 통과했는데 9호선이 문제였다.


말로만 듣던 지옥철. 급행열차가 들어오는 걸 보자 나는 경악했다. 사람이 정말 콩나물처럼 빽빽하게 타있었다. 맨 앞에 서있었던 나지만 옆으로 비켜 뒷사람이 타는 걸 보면서 심각해졌다. 저걸 타고.. 가야 하나..? 나 갈 수 있겠지...? 더 이상 지체할 수만 없어서 나름 여유가 있는 급행열차에 캐리어와 함께 몸을 실었다. 으악. 사방으로 사람들이 압박해 왔다. 그 와중에 캐리어도 챙기려니까 죽을 노릇이었다. 그냥 돈 더 내고 리무진버스 타고 갈걸.. 후회가 몰려왔다. 어쩌지 하던 찰나에 내 앞에 있던 아주머니가 감사하게도 자리를 만들어 캐리어와 나를 좁디좁은 열차 안에서 재배치해주셨다. 테트리스를 하는 기분이었다. 감사인사를 하고 남은 정거장을 세가면서 도착했다. 9호선에 내리자마자 너덜너덜. 터덜터덜 캐리어를 끌고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친구들과 합류했다.








다행히 그 이후로는 찜질방도 순탄하게 입장, 체크인도 일찍 끝나고 면세품도 무사히 찾아서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여유를 즐겼다. 새벽 비행기라서 해가 뜨는 일출의 경관을 비행기 내부에서도 보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오사카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지만 여행의 시작이었다.


비행기 내부에서 본 일출의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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