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족시간은 필수입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같이 가는 친구들에게 누누이 얘기한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체력! 일상생활보다 훨씬 더 많이 걸을 테니, 체력 잘 챙겨 오고!
그리고 휴족시간은 꼭 사가거나, 아니면 사가서 자기 전에 붙여야 한다고 말이다. 이전에 후쿠오카에 다녀온 친구의 신신당부 덕분인지 나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오사카에 입국. 무사히 심사를 마치고 급행열차를 타서 숙소에 도착 후 짐을 맡기고 나가자마자 내 눈은 자연스레 밖에 진열해 놓은 휴족시간에 고정되었다.
휴족시간이다! 이따 여기 와서 사면되겠다! 옆에서 휴족시간을 연신 외쳐대는 나를 느꼈는지 D는 그래~여기 와서 사면되겠다~ 하고 맞창구쳐줬다.
다행히 첫날엔 비가 오지 않았다. 오사카 난바역에 도착한 이후 처음 간 곳은 바로 유명한 이치란 라멘 도톤보리점 본관이었다. 본관의 웨이팅이 얼마나 될까 하고 다리를 건넌 순간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웨이팅이 가게 바깥까지 길게 늘어져있는 걸 보고, 암묵적으로 별관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웨이팅이 저 정도일줄이야, 건너오면서 본 별관은 밖에 줄이 없으니까 금방 들어가지 않을까? 했지만,
맙소사, 내부에 줄이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건 마스크를 쓴 채 미소를 띤 직원이 몇 명인가요? 하며 우리를 웨이팅 줄에 입장시켰다. 지금 서 있는 사람이 몇 명이람. 이제부터 웨이팅지옥이구나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30분, 1시간.. 메뉴를 결제하고 주문서를 적었어도 도통 우리 차례는 올 기미가 안보였다.
그렇게 먹는 곳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3명 들어가실게요~라는 말에 번뜩 입장을 시작했다. 그리웠던 1인석! 일렬로 나란히 앉으니 주문한 메뉴가 착착 앞에 준비되었다. 그리웠던 하얀 달걀! 혼자 도쿄여행을 와서 먹었던 맛과 똑같아서 추억에 젖으면서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라멘을 다 먹은 후 우리가 향한 곳은 이치란라멘 본관 옆에 붙어있는 앗치치혼포 다코야끼집. 도톤보리에서 유명한 다코야끼집이라고 해서 저장해 둔 곳이었다. 다행히 10분 정도 기다리니 금방 주문한 다코야끼와 멜론소다가 나왔다. 강가뷰로 자리를 잡아놓은 친구들 덕분에 서로 하나씩 나눠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우메다역으로 향했다. 예약해 둔 한큐패스도 미리 찾고, 백화점으로 가서 손수건도 구매하고, 텍스프리도 받고, D가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서 디올 매장에 들려서 립스틱 하나를 구매하려고 했더니 번호를 적은 종이를 주면서 직원이 기다리라고 안내해 줬다. 립스틱 하나 사려는데 웨이팅이라니! 뭐든 웨이팅이구나..!라고 느꼈다. 겨우겨우 구매 후 관람차를 타러 가서도 웨이팅, 모츠나베를 먹으려고 간 곳도 1시간 넘게 기다렸다. 정말 지칠 대로 지친 첫날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캐시워크를 키니 오늘 하루 걸음 수는 2만 5 천보랜다. 앞으로 이렇게 이틀을 더 걸어야 한다니 조금 아찔했지만, 여행의 묘미는 또 걷는 맛이지.. 하면서 서로를 다독였다. 휴족시간을 발과 종아리에 붙인 채 맥주를 마시면서, 오사카에서의 첫째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