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달리는 건 뭘까?
두 번째 직장에선 상사 때문에 너무 힘들어 살이 8kg나 넘게 쪘다. 달리기를 하면 살이 잘 빠진다고 하길래 무작정 런데이 어플을 깔아서 집 앞 산책로를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그때에는 완주를 해도 별 느낌이 없었다. 아 너무 힘들다, 집 가서 맥주 마실까 정도? 결국 무릎이 아픈 것 같아, 나 발목이 안 좋지 않았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홈트레이닝으로 넘어갔다.
어찌 보면 그때보다 나이도 더 먹었고, 슬슬 움직이는 게 귀찮아져야 할 텐데 나는 달리기가 뭐라고 계속 뛰고 있다. 그것도 출근 전 새벽에 말이다.
20대의 내가 보면 미쳤다고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새벽 5시부터 알람을 맞춰놔서 어기적 어기적 30분에 집을 나선다. 고요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스트레칭을 하면서 잠을 깬다.
허우적거리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런데이 어플을 킨다. 항상 뛰는 건 3km. 적당하게 땀도 나면서 몸도 풀리고 완주하면 뿌듯한 키로수이다. 나 아침마다 3km 뛰어!라고 누군가에게 자랑하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아직까진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는 정도)
이제는 새벽이 깜깜해져서 밖에 나올 때마다 조금 무서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럴 땐 얼른 스트레칭을 마무리하고 내가 뛰는 코스로 진입한다. 아파트 옆쪽에 있는 타원형 산책코스인데, 옆에는 찻길이라 새벽부터 출근하는 차들이 많아 의외로 안심이 된다. 가끔은 차에 타있는 사람들이 뛰고 있는 나를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더 이상 새벽 달리기가 무섭지 않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하시는 어르신 분들도 뛰고 있는 나를 배려해 옆으로 비켜주면 그것 또한 아침부터 인류애 충전이라 행복해진다.
역시 뛰러 나오길 잘했어, 하면서 새벽에 마이 페이스를 찾아간다. 그렇게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