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뭐길래
처음부터 10km 마라톤 달리기 참가라니
첫 시작은 단순했다. 10km 마라톤 참가.
꼭두새벽에 일어나 택배로 왔던 마라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무릎 보호대를 차고, 인터넷에서 산 5만 원짜리 러닝화를 신고 여의도공원까지 졸린 눈을 비벼가며 도착했다.
함께 한 친구와 함께 마라톤 장소에 들어서자 여러 부스에서의 활기찬 목소리들, 각양각색의 러너들이 곳곳에 모여 몸을 풀고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은 멀리 놨던 정신을 이곳으로 붙잡아 데려오기 충분했다.
나이가 지긋하게 보이시는 분들은 온몸이 잔근육투성이었고, 곳곳에 또래들은 한 곳에 모여 활기찬 얼굴로 이야기하기 바빴다.
곧이어 마이크를 든 MC가 말하는 동작에 맞춰 다 같이 스트레칭을 하고, 응원을 받고,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10KM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내가 보였다.
3,2,1. 땡. 양 옆에 폭죽이 터지더니 함성소리와 함께 다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산책하러 나온 시민들, 러닝 모임의 현수막들이 걸려있는 길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응원소리를 들으면서 뛰자 조금씩 몸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0KM를 신청해 놓고 연습도 제대로 안 한 두 다리가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해 나는 이내 속도를 줄이면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걷는 와중에 다양한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오기가 생겨서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1KM, 2KM를 지나쳐가면서 세워져 있는 간판을 지나칠 때마다 알 수 없는 쾌감이 들기도 했다.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일어난 남자친구의 카톡에 나 지금 5키로 넘게 달렸어! 하고 전화를 걸어서 이야기하고, 평소 잘하지도 않던 가족 단톡방에 6KM, 7KM 간판을 찍어서 보내기도 했다.
곳곳에서 들리는 응원에 신이 나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다. 얼굴에는 오랜만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려서 눈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점점 숫자가 커지는 간판에 피니시라인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에 동영상 촬영버튼을 눌러 뛰는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크게 전시되어 있는 디지털시계에서 내 기록이 측정되고 속도를 줄여가며 사람이 없는 곳에 주저앉아서 숨을 골랐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내가 10KM를 뛰다니, 그동안에 해냈던 것들 중에서 제일로 큰 성취감을 느낀 것 같았다.
거친 숨을 부여잡고 완주자에게 주는 메달과 간식을 받고 친구를 기다리며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달리기를 계속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