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미간에 자리 잡은 신경질적인 두 줄

남편에게

by 줄리썸머

매일 같이 부대끼고 산지 10년이 넘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닮아간다는 소리를 듣는다. 짙은 속눈썹, 쌍꺼풀 진하게 진 눈, 수두룩한 눈썹, 남편은 진하고 선명하게 생긴 사람이고, 나는 그런 그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아빠와 똑 닮은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아이고, 똘망 똘망 너무 잘생겼다. 아이가 아빠 닮았나 보네.” 했다. 그 말은 즉 아이가 엄마를 닮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럼 뭐 나는 너무 아니라 이건가? :)


크고 둥글던 아이의 눈이 점점 작아지고 부드러워진다. 선명하고 크던 눈은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나와 비슷해지는 것 같다. 같이 살면 닮는다더니 나랑 지내서 그런 건지 이제 크면서 엄마 얼굴이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아쉽기는 하다.


한 직장에서 15년이 넘도록 일하고 있는 남편은 어느새 더 이상 올라갈 직위가 없을 만큼 무거운 이름을 달았다. 회사 상황상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아랫사람들과 절대 바뀔 일 없는 윗사람들과 일하느라 고민이 무척 많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남편 밑을 스쳐간 무수히 많은 직원들, 일이 바빠서, 또 무언가 새로 창조해 내야 하는 스트레스가 커서 오랜 시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매번 사람이 바뀌면 다시 가르치고 기다리고 하느라 많이 지친 것 같았다. 몇 년 전부터 그의 미간에 자리 잡힌 신경질 적인 두 줄이 마음 쓰인다. 집에 돌아와서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힘을 바짝 주고 있는 그 두 줄이 싸악 가라앉는 날은 이틀 가득 쉬는 주말이나 3-5일간의 명절 같은 휴가 기간뿐이다. 그리고 가끔 퇴근하고 들어와서 시원한 맥주 한 잔씩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유일했다. 그렇게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는데 요즘은 내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그마저도 꿈같은 소리라서 너무 아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신경 쓰는 것이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힘들지? 하면 남편은 원래 다 힘든 거지 한다. 그래 그래, 먹고사는 게 원래 다 힘들지. 좋아서 하는 일도 그런데 좋든 싫든 나서야 하는 당신의 발걸음이 가벼울 리 있을까? 그런데도 열심히 매일을 사는 그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다는 말을 어디에 가서도 못하는 사람, 가끔 나에게 들려오는 한 두 마디의 외침이 다인 사람, 어쩐지 너무나 외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를 키우면서 들여다보니 나중에 나이 들어 아이의 인생도 무거운 짐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미간에 불뚝 선 주름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남편으로, 가장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래서 더더욱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일을 하던지, 잘하는 일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꼭 챙겨 갔으면 좋겠다. 하기 싫은 일을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하며 괴롭기보다, 언제나 도전하고 새로 배울 수 있도록 그런 태도를 길러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지만 자신 스스로의 모든 삶을 소모하면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삶의 태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밖에서 일하고 집에 오면 꼼짝도 못 하는 남편을 보면서 에너지를 조금 나누어 쓰면서 일하면 조금 더 오래 즐기며 일할 수 있을 텐데 너무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미간의 주름을 펴지는 못하더라도 더 솟아오르지 않게 조금 꾀도 부리고 가끔 쉬어도 가면서 그렇게 조금씩 자신 스스로의 마음을 돌 볼 줄 아는 남편이 되길 바래본다. 그의 얼굴이 조금은 더 부드러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나를 찾기 시작하면서부터 힘들다는 마음이 옅어졌던 나처럼, 당신도 당신 스스로를 돌아보고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조금 더 즐겁게 즐기며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기를, 두려움 없이 응원하고 싶어! 당신도 잘할 수 있다고.


keyword
이전 12화야밤에 돈다발, 참 기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