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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니즘에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33. 저는 짬뽕인간 임미다

by 연두 돌멩이 Feb 05. 2025

마침내 보름 동안의 출장 행사가 끝이 났다.

우리 자리에 바로 다음 행사팀이 들어온단다.

행사 종료의 여운을 곱씹을 새 없이 급히 철수해야 하는 상황.


딩동. 행사처 폐점 시간이 되었다.

함께 했던 피글렛, 주말 동안 도움 주셨던 여사님과 함께 현장 정리를 시작했다.

마침 지방에서 올라온 푸바오도 뒷정리를 도왔다.


정신없지만 정신없지 않은 척.

혼란스러운 눈빛을 다독이며 나도 빠르게 움직인다.


얼추 상황이 갈무리되고 함께 고생했던 전우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다.


-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얼른 작업장으로 돌아가 문서상으로도 행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행사 마지막 날이라 그랬는지 주문량이 상당하다. 이거 정리하려면 새벽에나 집에 들어가겠네,,






#함께하면 더 좋을 노래

https://youtu.be/ZEhmQ4w9Nls


<연두돌멩이 - 나를 살게 해>





지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일요일 밤에도 서울 한복판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복작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끼어 신호를 기다린다.


하늘에선 눈인지 비인지 모를 녀석들이 떨어지고 있다.

출장 기간 동안 느꼈던 크고 작은 어려움들과 피할 수 없이 켜켜이 쌓여온 피로감,

날치알처럼 갑작스레 톡톡 터지던 감동과 웃음의 순간들.. 그런 것들이 함께 떨어져 내린다.


이제 딱 한 달 뒤.

예정되어 있는 행사까지만 끝내고 다시 새롭게 떠나는 거야.

다시는 이런 소란 속에 내 하루를 소진하지 않길 바라며.



출장이 끝나고 월요일 하루, 휴식을 부여받았다.

느지막이 일어나 빨래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냉동실에 얼려둔 김치찌개와 밥을 데웠다.

우물우물. 누가 했는지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와도 참 맛있네.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미뤄뒀던 치과진료를 하고 붕붕이 엔진오일도 갈고 들어와야지.

드라이클리닝도 맡겨야 하고 여유가 되면 세차도 좀 하면 좋으련만.



치과에 도착했다. 긴장되는 순간..


- 이가 이미 다 망가져서 그거 뽑아버리고 임플란트 하셔야 해요.


이런 소리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후 내 이름이 불린다.

다행히 신경치료 하면서 크라운을 씌우면 된다고 한다.

치아색 재료로 하면 50만 원 정도, 금으로 씌우면 70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예상보다 싸게 먹혀서 다행이네,,


선생님이 염증 덕에 난 혹이 아프지 않았냐고 묻는다. 바로 치료를 진행하자고 한다.

나는 오늘은 진료만 보러 왔다고 했다. 주말에 피글렛과 만나 맛있는 걸 먹을 거야.


치료는 다음 주부터 받기로 했다.

그럼 일단 염증 부위가 크니 약을 먼저 먹으라고 한다.

그러겠다고 했다. 주중엔 술 못 마시겠네 허허.



징글징글 입고 다녔던 담배 냄새나는 롱패딩을 세탁소에 맡기고

근처 카센터에 방문해서 엔진오일을 갈았다.

거기 사장님이 내가 가져온 엔진오일은 내 차에 안 맞는 거라고 한다.

난 계속 그걸 써왔다고 했다. 인터넷에 내 차 전용이라고 팔던데..

사장님이 '왜 아무도 말을 안 해줬을까?' 하며 의아해한다.


젠장, 괜히 기분이 찝찝하다. 다음에 맞는 걸로 바꾸면 되지 뭐.

세차는? 아, 오늘은 도저히 못하겠다. 너무 추워.



집에 돌아와 남는 시간엔 걷기 영상 편집을 드디어 마무리 지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x5DG8onZ6c&t=21s

5번째 업로드 영상. 짝짝짝

참 징하게 오래 걸렸네.

이렇게 편집이 늦으면 당시의 감각들을 영상에 담아내기 어려운데 말이야.


그렇지만 결국 또 해낸 게 어디야.

느리지만 이렇게 한 발짝씩 나아가면 된다.


고상하고, 건전하고, 아름다운 나의 취미인 '걷기'는 앞으로도 계속 영상화될 예정이다.

차곡차곡.



12시가 조금 넘어 작업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일찍 쉬고 천천히 작업하면 좋으련만..

마침 행사처에서 '택배 미출고 정보'를 공유받길 원했기 때문에 오늘 다 작업해 놓고 귀가해야 했다.

업무를 대체해 줄 사람이 없으니 진짜 죽을 맛이네.


내일은 내 소중한 휴일이다. 그걸 빼앗기긴 싫으니 늦더라도 그냥 끝내고 가는 게 맘 편하다.

흐트러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아- 다 했다. 집에 가자..

시간은 벌써 세시가 넘어가고 있다. 후르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뜬금없이 몇 년 전에 만들었던 습작곡의 멜로디가 떠올랐다.

핸드폰을 들어 그 습작곡을 재생했다.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 그래 맞지 ㅎㅎ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 그래 맞지 ㅎㅎ


오랜만에 듣네.

믹싱도 엉망이고 보컬도 균형이 무너져 있다. 음원도 지직거려서 듣기 불편하기도 한 것 같고..

내 부끄러운 작업물들을 다시 듣는 일은 잘 없는데 왜 갑자기 듣고 싶어 진 걸까.


이 곡을 쓸 때도 나는 나름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치열하진 못 했지만..

(치열하게 작곡했다고 하면 내가 재능이 없다는 게 입증되는 것이니 '난 최선을 다 한 게 아니야. 원래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거든!' 하며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내 나쁜 말버릇 ~_~)


아무튼 다시 또 깨닫게 되는 건

내 노력이 충분히 투여된 작업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꼭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거다.

이런 고요한 새벽에 그 시기의 나를 떠올리며 추억에 젖을 수도 있잖아.



난 참 이곳저곳에 발을 붙인다. 그리고 금방 싫증을 낸다.


기타를 치다가도 갑자기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하고

환경 운동을 하고 싶다가도, 작곡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다 유튜브도 해보고, 내 소설을 세상에 보여주는 게 꿈이라고 한다.

지금은 도자기를 하겠다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올라왔다가 곧 퇴사! 예정이다.


나 녀석의 인생, 참 종잡을 수 없는 짬뽕 그 자체다.

그래, 좋게 말하면 '융복합적 인재' 그딴 거지 뭐.

내 식대로 내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잖아.

그렇게 좋게 생각하련다.


배고파배고파

2025년, 이제 삼땡이 되었지만 내 짬뽕은 아직 맛이 없다. 시무룩하지만 이유는 분명하다.

이 귀중한 재료들을 어떻게 섞어낼지 의도가 불분명한 데다가

이 반짝이는 재료들의 맛이 국물에 충분히 우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짬뽕이 맛있어지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들들 볶아내고 팔팔 끓여봐야 한다.

그 누구도 내 그릇을 대신 채워 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나는 내 짬뽕이 조만간 꽤 매력적인 녀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얼큰 시원하고! 면발은 쫄깃하면서! 재료들은 신선하고 탱글 하게!

당신이 알던 맛은 아니지만 자꾸 생각나는 그런 재밌고 맛있는 짬뽕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


일단 짬뽕은 내일 다시 연구하는 걸로 하고 얼른 자자,,

고생 많았습니다 ~_~



내 습작곡 <나를 살게 해> 중 한 구절로 일기를 마친다.



그 사람은 오늘도 길을 걷네

꼭 꿈꾸던 저녁노을을 볼 거라고



  





출처


1. 대문사진

<a href="https://pixabay.com/ko//?utm_source=link-attribution&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image&utm_content=1167751">Pixabay</a>로부터 입수된 <a href="https://pixabay.com/ko/users/tljpatch0-1256401/?utm_source=link-attribution&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image&utm_content=1167751">Teresa Johnson</a>님의 이미지입니다.


2. 짬뽕사진

<a href="https://pixabay.com/ko//?utm_source=link-attribution&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image&utm_content=4700679">Pixabay</a>로부터 입수된 <a href="https://pixabay.com/ko/users/lnain336-3688833/?utm_source=link-attribution&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image&utm_content=4700679">lnain336</a>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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