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언제까지 흔들릴 거야 이 양반아
펜션으로 출근도 이제 3주 차에 접어든다.
여전히 하루에 몇 만 원 못 버는 알바생이지만 멀대표는 나를 이쪽 현장 관리 전권을 맡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아직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나와 이곳은 앞으로 내 일기에 어떤 글들을 남기게 될까?
# 함께하면 더욱 좋을 추천곡
https://www.youtube.com/watch?v=v7fnMHasH0E
<Urna Chahartugchi(우르나 차하르툭치) - Hödöö (초원) 【몽골노래 가사번역】 @진이삼춘>
체계적인 펜션 관리를 위해 각종 확인 목록들을 작성하고 있다.
구멍 없는 숙박 서비스 제공과 적합한 예산 책정을 위해 필요 비품 목록도 파악해서 작성 중이다.
처음 일하는 누구라도 교육할 수 있는 청소 안내법 책자도 필요하겠다.
이렇게 차차 기본을 잡아가면 우리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들을 펜션에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요즘은 한창 '펜션 무기 장착' 갈래 중 하나인 승마 체험을 준비하기 위해 매주 일요일에 선생님이 오셔서 승마를 배우고 있다.
내 돈 주고 배우려면 얼마 되지 않는 회차에 돈 백만 원은 그냥 들어간다는데 이게 참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진중하게 배워야지.
아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내가 상주 직원으로서 펜션을 지키게 될 것 같다. 분명 귀찮은 일이 종종 발생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현재 벌이가 상당히 시원찮기도 한 데다가 아예 푹 빠져서 숙박업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 나도 언젠간 내 숙소를 차리고 싶으니까!
그리고 템플 스테이 하는 기분으로 조용한 산속에서 책 읽고 글 쓰는 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금 이 시기에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가. 최적화된 환경에 나를 밀어 넣어보자.
얼마 전에 정말이지 어디 가서 말하기도 부끄러운 사고를 쳤다.
결론부터 말하면 요 술이 문제인데, (술이 무슨 잘못이 있냐 니 잘못이지) 내 폭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실망시키게 만들었다.
1년에 몇 번씩 만나왔던 동기들과 밤새 술을 마시다가 오해인지 뭔지가 생겼고 나는 그 자리에서 핸드폰도 내던지고 맨발로 도망쳤다. 내게 이런 충격적인 주사가 있었다니..
다행히 내가 다치거나 누군가를 상해 입힌 것은 아니었지만 (심지어 살다 살다 내가 진짜 살다 살다 이 화상아 바쁘신 경찰 아저씨들도 여럿 불렀다.) 핸드폰은 박살 나서 지금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 중이고, 없는 형편에 돈도 많이 쓰게 됐다. 같이 자리한 동기들도 잘못이 있겠지만 아무튼 그들에게 실망감을 줬고, 사고 이후에 약속이 잡혀있던 고마운 친구들에게도 걱정을 끼쳤다.
그 아침, 사람들은 취기에 정신 못 차리던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봤을까?
그렇게 정신이 빠져버린 상태로 '지금껏 살아오며 저지른 내 과오들이 쌓일 대로 쌓여서 벌어진 사고가 아닐까' 하며 하루 종일 자학을 했다.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고 토닥여보지만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기가 어려웠다.
다시는 위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아무도 모를 일기장에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돌멩아. 이제 네 인생에 더 이상의 만취는 없다.
이래저래 살아가다 보니 몽골 여행이 어느덧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숙박업에 종사하는 상황에서 5월 초 황금연휴에 개인 일정을 다녀오는 게 마음이 편치 안 다만 뭐 어쩌겠나. 누가 알았남..
멀대표도 눈치 주지 않고 진작부터 정해진 일정, 즐거운 여행하고 돌아오라고 한다.
그나저나 한심하지만,,, 최대한 아끼고 악착같이 모아야 여행 경비가 만들어질 것 같다.
다음 달 카드값은 또 우째나. 허허..
혹자는 그럴 바에 여행을 포기하라지만 내가 다시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나를 잘 달래서 다녀와야지.
하여간 요즘 돌멩이, 너무 풀이 죽어있다.
탄탄한 하루 일과 보내기로 잘 굴러가보자!
고생 많았습니다. ~_~
출처
1. 대문사진 <a href="https://pixabay.com/ko//?utm_source=link-attribution&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image&utm_content=4882027">Pixabay</a>로부터 입수된 <a href="https://pixabay.com/ko/users/patrizia08-92110/?utm_source=link-attribution&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image&utm_content=4882027">Patrizia08</a>님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