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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에게 쓰는 편지

008

by 한량돌

안녕 도이야.

오늘은 2025년 8월 22일. 금요일이야.

드디어(?) 여름휴가철이 끝났어. 아ㅏㅏ.. 하루하루가 참 쉽지 않았는데..

이젠 9월이 눈앞에 보여. 일상이 쳇바퀴처럼 흘러가니 더 빠르게 느껴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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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기

객실 바비큐 기구, 마당 청소하기

밥 먹기

청소팀 미팅하기

객실 청소하기

추가 인원 맞춰서 침구 놓기

최종 입실 체크하기

숯이나 불멍 배치하기

밥 먹기

세트 상품 가져다주기

씻기

밥 먹기

다음날 현장 운영 계획 세우기

비품 파악하기

세탁물 정리하기

유튜브/책 보기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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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매일 저걸 혼자 다 하지는 않는다만

너한테 이르고 싶어서 그냥 쭉 적어봤어.


이 경험과 이 시간이 지금 열심히 말똥 치우고 있을 너를 그리는데 도움이 되겠지?

아마 그럴 거야. 내 모든 경험은 그렇게 될 거야.



오늘은 있잖아. 아침을 먹고 나서 이를 닦다가 거울을 보게 됐어.

근데 이게 뭐야.. 앞 쪽 치아들이 까맣게 착색된 거야. 50cm 정도 거리에서도 보면 보일 정도로. (난 이제 뽀뽀는 다 했다.)

몇 년 전에 와인 먹고 그냥 잠들었다가 이런 적은 있는데..;; 아무튼 기분이 너무 언짢더라고.

저녁에 콜라 마시고 바로 이 닦아서 그런가.. 요새 술을 자꾸 마셔서 그런가.. 담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

겉으로 드러나버린 내면의 어두움을 자책하느라 하루 종일 불편했어.


.

.

.

바쁜 게 다 끝나고 털썩 툇마루에 앉았어.

한 풀 꺾인 더위 뒤로 청량한 산 바람이 내려오는 시간이야.

그 바람을 느끼며 생각했어.


'너 진짜 멋없어. 왜 이렇게 된 거야?'

'더디게 가는 시간이 갑갑해 양손이 저리도록 밀어 보채면서, 그냥 이렇게 머리 박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면 끝나는 거야?'

'고장 나고 있는 너의 얼굴과 몸이 말하고 있잖아. 그건 아니라고.'

'힘없는 눈동자, 굽은 어깨, 늘 따라다니는 한숨, 뭐라도 요청하지 않을까 두려워 투숙객들을 피하는 내 모습..'

'지금 이 상태로 펜션에서 탈출하면 네가 꿈꾸는 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여기 오면서 네가 머릿속에서 그렸던 그림이 있잖아. 지친 거 알지만.. 최대한 해보고 나가야지!'

(이걸 글로 옮기니까 쫌 오그라들긴 하는데 나름 진지한 순간이었어... 우악)




현재 상황으로는 별 이상 없다면 9월 둘째 주? 쯤 지배인을 그만두고 출퇴근 알바로 바뀔 예정이야.

8월까지만 딱 하고 쉬고 싶은데,, 후임으로 들어올 상주 부부팀 일정하고 조율해야 해서 뭐 어쩔 수 없게 됐어.

그때까지 잘 버텨볼 테니까.. 계획에 큰 문제가 없기를 바랄 뿐이야.


아무튼 중요한 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는 거야.


힘들어도 운동한다 생각하고 웃으면서 일할 거야.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기분 좋도록 말이야.

술 담배랑 몸에 나쁜 음식들은 최대한 멀리하고.

아침 시간, 자기 전 시간 활용해서 '작가적 시스템' 만드는 데에 힘을 쓰겠어.


그렇게 하루를 채우면서 여기서 마무리 멋지게 하고 나갈 거야!



다시 읽어보니까 뭔가 알맹이는 쏙 빠진 느낌인데..

브런치 팀에서 작가 신청받아준 걸 후회하지 않도록 다시 고쳐 쓰고 올게.

(사실 가끔 겁나. 수준 미달로 작가 권한 박탈시킬까 봐.. ㅋㅋㅋ..)


이게 어디야. 그래, 이게 어디야.

나는 지금 내가 너무 기특해. 변화의 시작은 마음 먹기부터잖아. 하하!



건조기에서 돌아가던 수건이 다 돌아간 것 같아.

하으으 졸리다.... 일단 난 저걸 얼른 접고 하루를 마감해야겠어.


이제 내일부터 너를 만나러 갈게.

혹시라도 늦으면 깨워줘.

늦더위 조심하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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