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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에게 쓰는 편지

013

by 한량돌

안녕 도이야!

잘 지냈니?


진짜 완연한 가을이야. 이젠 낮에도 선선하게 기분 좋은 바람이 부네.

새롭게 벌어진 일들을 전하려고 네게 편지를 써.



드디어...!! 아아 드디어 도이 너의 이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어. (징하다 진짜.)

https://brunch.co.kr/@yeondol/73

이제 꼴랑 2회 차인데 마침 여러 지명들, 인물들이 나오는 부분이라 벽이 더 크게 느껴졌었지..

역사 소설이니까 약간의 고증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사료들을 공부하느라 더 오래 걸렸고

처음 등장하는 인물 투성이라 상황을 어떻게 묘사하고 서술해야 독자가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느라

연초에 처음 게시한 1회에서 2회로 가는데 '9개월'이 넘게 걸렸네.. 이게 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의 행보가 맞아? ㅋㅋㅋ..


씁쓸한 기분이지만.. 2025년, 올해 참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으니 좀 봐주자.

이제부터 차근차근 걸어가면 되는 거지 뭐! '작가적 시스템' 재구축 시작이야!


앞으로 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 줘.

분명 재밌을 거야.



이번 주부터는 맨홀 진입하는 새벽일을 시작했어.

KakaoTalk_20251016_173237079.jpg 신기


KakaoTalk_20251016_182932314.png 지하다 지하야!
KakaoTalk_20251016_183007762.jpg 젊은이여, 곳간을 풍성하게 채워라


지나다니면서 고속도로나 시내에서 안전모 쓰고 일하는 분들 보면서

'참 열심히 사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그렇게 살고 있네.


나는 기술자가 아니라서 전문 설비들을 만질 수는 없어.

자연스럽게 몸으로 때우는 역할을 맡아서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

친구 아버님 일이니까 그저 뭐 성실하고 진중하게 하면서 돈 벌면 될 것 같아.


걱정했던 쥐나 벌레도 없었고, 불결한 냄새도 나지 않더라구.

다만 지하라 후덥지근하고 먼지가 좀 있긴 해.

제일 힘든 건 발가락이 좀 아픈 건데 안전화가 작아서 그런가..

(아니, 왜 발이 자꾸 크는거야 30살 넘게 먹었는데. 살이 찐 건가.)

하여간 너무 감사하게 일하고 있어.


물론 출퇴근 거리가 꽤 부담스럽긴 해. 집에서 일터까지 왕복 200km에 총 3시간 소요니까..

근데 정말 다행인 게 뭔지 알아? 될 놈은 역시 되는 거야. 하하!


마침내 다가온 첫 출근날.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가까운 동기에게서 전화가 오더라고.

안부 겸 해서 전화를 했데. 나는 오늘 맨홀 일 시작한다. 마침 형네 집 근처에서 일하게 됐다고.

어디서 일하냐고 묻길래 주소를 불러줬더니 자기 집에서 차로 10분 걸린다는 거야.

그랬더니 요즘 외롭다고 일하는 동안 와서 지내라네? 이건 뭐 거절할 이유가 없지.

시간, 비용, 에너지 3박자가 절약되는 거니까. 동기 퇴근하고 나서 같이 운동하고, 밥 먹고 출근하면 시간이 딱 맞아.


진짜 여러모로 고마운 사람이야.

올 초에 도자기 그만두고 퇴사 여행 갔을 때, 내 '텅장' 보고는 선뜻 여행비를 빌려줬었거든.

그것 말고도 도움받은 것들이 참 많아. 나도 앞으로 잘 성장해서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


도이 너도 소중한 사람들, 사로나 하슬이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인생, 사람이 다야! 허헛.



어제는 다른 지역의 월세 집을 계약하고 왔어.

맨홀 일 꽂아준 친구랑 같이 새 지역으로 이주하기로 했어서 그동안 집을 보러 다녔었거든.

일사천리로 이삿날을 다음 달 중순으로 정하고 왔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 짜린데, 나름 그 동네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를 구했어.

다른 아파트들보다 신축인 데다가 1군 건설사가 만든 아파트라 생활하면서 만족감이 높을 것 같아.

문서상 집 상황도 근저당은 물론 주인 변동조차 없이 깔끔하더라고. 부동산 선생님들도 마음에 들었고.

게다가 자주 만나는 동기 부부도 최근 근처로 먼저 이사 와서 살고 있어! 이야아ㅏ~

아직은 이래저래 좋은 면만 넘쳐 보이네.

이웃들만 잘 만나면 되겠어. 물론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야겠지.


아무튼 이런 고급 아파트에 언제 살아보나 했는데, 이렇게 월세로나마 들어와서 살게 됐어. 이럴 땐 돈이 참.. 좋구나 싶어.


아파트 말고 오롯이 내 주택에서,

임대 말고 자가로 꽁냥꽁냥 살기 위해서.

새 지역에서 파이팅 할 거야! 아자자!



아 맞다. 지역 살이 지원했던 거 결과가 발표되었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는데 하..

얼마 전에 연락이 왔는데..





붙어버렸어!!! 끼야아아아하하하ㅏ하!


KakaoTalk_20251016_184957608.jpg



1차 심사를 통과하고 이번 주중 오전 10시에 최종 면접이 잡혔었어.

새벽일 끝나고 돌아와서 두어 시간? 깜빡 잠들었다가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대화를 나눴던

이래저래 두서없는 인터뷰여서 걱정했는데, 운영진 분들이 다행히 좋게 봐주셨나 봐.



그래서 이렇게 11월까지 큰 계획들이 완성이 됐어.

이제 하루하루 파도를 잘 타봐야지!


이번 편지는 좋은 소식들을 가득 전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휴..! 차분하고 밀도 있게

든든-하게 다가올 겨울을 맞이해야지.



좋은 소식들 또 들고 올게.

곧 보자 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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