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원래부터 원래였을까

애덤그랜트의『오리지널스』

by 산문꾼
casey-horner-265UjRsLgd8-unsplash.jpg Photo by Casey Horner on Unsplash


원래는 언제부터 원래였을까. 서양에서는 original이라는 말을 통해 쓰여왔고, 동양에서는 진리의 관점에서 맥락을 함께 한다. 본질을 나타내는 이 단어의 밀도 앞에서, 우리는 믿음을 내줄 수밖에 없겠지만, ‘원래부터’라는 말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오랫동안 당연시 해온 믿음은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공에 관한 여러 명언들이 있다. 세상의 통념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N가지 습관.’이라는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하지만, 사실 와닿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성공부터 하고 말해야 될 것 같은 불문율 앞에서, 성공하지 못한 나는 감히 반박할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이 믿는 것을 믿고,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을 따라 하며 심적 위안을 받게 된다.


통념은 덩어리가 크고, 권위적이다. 애덤 그랜트는 그러한 ‘원래’에 도전한다. 그는 우리가 익숙해왔던 세상의 법칙에 대해 의심하고, 요목조목 따져가며 연구한다. 그는 마침내 성공의 통념을 독창성으로 다시 정의한다.

팟캐스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의 채사장은 그의 저서를 통해 비슷한 고민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회적 담론 속에 저절로 자라난 비합리성이 들어있다. 종교, 전통, 관습, 윤리가 거짓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거대한 진리 속에 무수히 많은 오해와 우연이 섞여 들어가 있다는 말이다. 진리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다. 진리의 반대말을 복잡성이다. 거짓만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거짓 안에 진리가 섞여 있는 경우, 혹은 진리 안에 거짓이 섞여 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쉽게 제거하지 못한다.


채사장의 말처럼 거짓을 없앨 수 없다면, 그저 ‘진리’를 잘 발라내면 된다. 『오리지널스』는 본질이 잘 추려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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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 였다면, 세상은 성공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라고 했다. 애덤 그랜트의 첫 번째 도전은 ‘위험을 회피’로 바라보며 시작한다. 저자는 제자들이 설립한 인터넷 안경회사 ‘와비파커’를 소개한다. 와비파커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성공을 향해 모든 것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실패할 경우를 대신할 대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성공을 확신하지 않았고, 잘 안될 경우를 대비해 직장을 구했으며, 인턴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애덤그랜트 본인도 제자들이 사활을 걸지 않았기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의 결정을 최악이라 여기며 후회했다.


그가 얻은 교훈은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즉 한 분야 에서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에, 다른 분야에서는 극도로 신중을 기함으로써 위험을 상쇄한다는 뜻(p.49)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울 자리 봐가며 발을 뻗어야 하고, 무모함은 비빌 언덕이 있을 때 비로소 도전이 된다.


원래부터 세상은 성공 앞에서 부지런함을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한 애덤의 두 번째 도전은 ‘미룸’이다. 근대 인류가 효율성에 집착하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 문명은 게으름의 미덕을 인식했다. 할 일을 미루면 생산은 떨어질지 몰라도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p.169) 실제 창의력에 관한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두 그룹에게 과제를 주었다. 바로 과제를 풀게 한 그룹보다, 컴퓨터 게임을 시켜 의도적으로 작업을 미루게 한 그룹에서 28퍼센트 더 창의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하고자 할 마음만 있다면, 미루게 되었을 때, 생각은 숙성되고 무르익는다. 사람들은 작업이 일단 마무리되면, 더 이상 그 작업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을 중단한 채로 내버려 둘 경우, 그 일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자이가르닉 효과)(p.175) 마틴루터 킹의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도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탄생했다.


원래대로였다면, 세상은 결과로 말해왔다. 과정이 중요한 것은 머리로는 알겠지만, 결과 앞에서 초라해지기 십상이다. ‘결과의 논리’에 맞선 그의 세 번째 도전은 ‘적절성의 논리’를 통해 이유 있게 반항한다.


사람들은 결과의 논리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경우,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구실을 늘 찾게 된다. 한편 적절성의 논리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든다. 이는 주어진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신의 정체성인 내면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p.262)


유대인 대학살이 행해졌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구했고, 어떤 이들은 방관했다. 어디까지가 원칙인지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의 선택이 스스로 결정된게 아니라면, 이만한 후회가 또 있을까. 지조와 절개를 품고, 무조건 원칙을 우선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차라리 어떤 선택이든 나 스스로 했다면, ‘선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책임’이라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대체 되는 선택은 오리지널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바탕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p.276) 오리지널은 이쪽에 더 가깝다.


진짜는 고정적이지 않다. 어제의 가짜가 오늘의 진짜가 되었고, 오늘의 그것은 내일의 가짜가 될 수 있다. 물론 세상 어디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불변의 진리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원래’는 그때그때 달라왔다. 하지만 원래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우리를 기만한다. 우리는 각자의 사정이 다른 세상 속에 놓여진 채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복잡함 속에서 'N가지 법칙'을 만든 것은 누구의 오만일까.


이 책이 ‘진짜’를 떠먹여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오감을 곤두세워 오리지널을 잡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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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스』(한국경제신문,애덤그랜트,2016)),『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채사장,웨일북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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