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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작은 행복을 다시 배우다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

by 이숨

아이들이 한 뼘씩 자라는 모습을 바라본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현실은 여전히 버겁고, 하루하루가 숨 가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자기주장을 내세우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고맙게 느껴진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아마 그건 내가 어린 시절에 누리지 못했던 장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자랄 때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없었다.
늘 누군가의 기준 안에서 ‘이래야 한다’는 말만 들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는 시선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내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감사하다.
“엄마, 나도 내 생각이 있어.”
그 말 한마디가 귀에 맴돌 때면, 이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물론,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과 부딪힐 때도 많다.
가끔은 그 말투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내 사춘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 시절의 나는 혼자였고, 그 외로움을 꾹꾹 눌러 참아야 했다.
그래서 지금은 다짐한다.
“괜찮아, 이번엔 다르게 해보자.
이 아이들이 외롭지 않게,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하자.”
그 생각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내게는 ‘삶의 위로’가 되었다.
아이들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고,
나는 그 아이들 덕분에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

어느 날, 아이 셋이 거실 소파에서 서로 장난치며 웃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문득,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 나는 참 귀한 존재들과 함께 살고 있구나.’
내가족. 내 배 속에서 태어나, 내 손으로 키운 아이들.
이 세상 어떤 재산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셈이다.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있을 때면
나는 그 옆에서 조용히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숨을 고른다.
창가로 들어오는 오후 햇살이 부엌 식탁 위를 비출 때,
그 빛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주 작고 고요한 행복이었다.

일터에서도 그 마음은 이어진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
잠깐의 웃음, 사소한 농담 한마디에도 마음이 풀린다.
예전에는 그저 버티기 위해 일했지만,
이제는 그 안에서 ‘사는 기분’을 느낀다.

웃을 수 있고, 미소 지을 수 있는 하루.
그건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웃음이, 나의 미소가,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걸 이제야 배웠다.

그렇게 나는 다시,
‘작은 행복’을 배우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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