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에필로그-오늘을 버텨온 우리에게

잘 산다는 건, 결국 다시 일어서는 용기였다

그렇게 하루를 버텨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 아이를 보살피며 일을 병행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고된 일이었다.
아침이면 정신없이 도시락을 싸고,
학교 가는 아이들의 가방을 챙기고,
서둘러 출근길에 나섰다.
돌아오면 밀린 빨래와 설거지, 숙제 확인,
잠든 아이들의 이불을 덮어주는 일까지…
하루가 끝나면, 나는 이미 한 사람 몫의 생을 다 산 듯했다.
하지만 새벽은 다시 찾아왔고,
그 새벽마다 나는 또다시 일어섰다.
살기 위해, 그리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버티고 있을까.’
누군가는 화려한 도시의 불빛 아래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자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내 삶은 초라해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세 아이의 온기가 있었다.
그 온기는 내 삶의 이유이자,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었다.

살다 보니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모든 게 무너졌다고 믿던 그때,
나보다 더 힘든 누군가가 내 손을 먼저 잡아주었다.
“괜찮아요, 우리 다 그렇게 살아가요.”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모른다.
누군가는 나보다 더 큰 고통을 견디며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삶이란 결국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과정이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내게 내밀어진 작은 손길 하나가
깊은 절망의 벽에 작은 금을 냈다.
그 틈새로 스며든 한 줄기 빛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어느새 내 안에도 자라나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스한 온기가 되어 있었다.

잘 산다는 건
이제는 더 이상 돈이나 물건으로 증명되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내 가족이 웃을 수 있는 삶이
진짜 ‘잘 사는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깨달음은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촛불 같았다.

이제 나는 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누군가의 웃음 속에,
따뜻한 밥 한 끼 속에,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온 평범한 저녁 속에
행복은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
거창한 희망이 아니어도,
작은 기쁨 하나로 하루를 버텨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가끔은 여전히 두렵고, 막막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견뎠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나 자신을 다독인다.

그래, 우리는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다.
비록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모자라더라도,
이렇게 버텨내는 모든 날들이
곧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용기이니까.

삶이란 결국,
그저 오늘을 묵묵히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하루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대단한 운명도,
화려한 기적도 아니었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던,
그 작고 단단한 마음 하나였다.

그래서 이제는 말하고 싶다.
“우리, 참 잘 버텼어요.”
그리고 오늘도 조용히 다짐한다.
내일도, 그렇게 살아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