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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나 답게 사는것

괜찮은 척 대신, 나답게

by 이숨

주위에서 내 상황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이 셋만 데리고 다녀도 힘들겠다.”
그 말 속에는 걱정, 연민, 그리고 ‘나는 못 할 것 같다’는 감정이 섞여 있다.
나는 그저 웃으며 “괜찮아요. 즐거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정말 힘들다.
가끔은 하루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숨조차 버겁고, 어떤 날은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야 했다.
아이들의 눈을 보면, 멈출 수 없었다.

힘들다고 말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란 걸 요즘은 조금씩 배워간다.
힘든 건 힘든 거니까.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할 때, 오히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누군가는 내 곁에서 조용히 손을 내밀고, 누군가는 멀리서 묵묵히 응원해준다.
그런 따뜻한 손길이 있기에, 나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냉정하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따뜻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늘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강한 엄마, 밝은 사람,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가면이었다.
‘괜찮지 않은 나’를 인정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조금 더 단단해졌다.
힘들 때는 그냥 “나, 오늘은 너무 힘들어.”
그 한마디를 내뱉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
살다 보면 누구나 무너지는 순간이 있고, 그 끝을 지나야 비로소 다시 걷게 된다.

끝이 있기에, 버틸 수 있다.
힘든 시간에도 결국은 ‘끝’이 있다.
그 끝이 좋든 나쁘든, 언젠가 지나가니까.
육아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자란다.
내 손길이 닿지 않아도 스스로 서는 날이 온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혼란과 고단함도 언젠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내 감정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억지로 웃지 않고, 괜찮은 척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감정을 다 쏟아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하기로 했다.
‘나답게 산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 멋져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진심에 귀 기울이는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못난 나도, 잘난 나도, 모두 나다.
지치고 초라한 나조차도 내 삶의 일부다.
그 모습을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기로 했다.
언젠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때는 세상도 조금은 더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삶은 늘 완벽하지 않다.
때론 바닥을 치고, 때론 다시 일어선다.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조금씩 나답게 살아간다.
아이들이 웃는 얼굴로 “엄마, 사랑해”라고 말할 때면,
그 한마디가 세상의 모든 위로가 된다.
그 순간만큼은 ‘그래, 나 잘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결국 나답게 산다는 건,
내가 선택한 오늘을 믿는 것이다.
불완전해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다.
그저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삶을 꾸준히 살아내는 것.
그게 내가 배운 진짜 ‘잘 사는 법’이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렇게 나답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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