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커피여행
일본 여행에서 사온 원두, The Sermon.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지하철역에 위치한 작은 카페
The 1950원두를 산곳과 동일한 카페였다.
처음 원두를 마셨을때 느낌을 잊을수 없다.
JAZZ의 전설 Jimmy Smith의 명곡 “The Sermon!”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블렌드였다.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테루아와 프로세스가 다른 세 나라의 콩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그 조합은 복잡하면서도 장난기 있는 맛을 만들어내고, 블루베리 타르트를 연상케 하는 산미와 단맛, 코코아와 카라멜의 깊이까지 두루 담고 있다고 한다.
마치 묵직하게 통통 튀는 신디사이저 멜로디처럼.
그 멜로디라인은 보라색으로 들렸고, 일렉트릭 트럼펫이 사이사이를 채운다. 카라멜은 마치 드럼처럼 전체의 균형을 맞춰주는 리듬이 되었고, 어느 순간엔 너트류의 떫은 느낌까지 스쳐갔다. 어제 마신 차와는 또 다른, 훨씬 더 음악적인 경험이었다.
The 1950 원두는 커피를 차로 해석했지만, The Sermon 원두는 음악을 커피로 해석했다는게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때 그랬던 원두를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경험하려했다. 그때랑 같은 맛이 날까 의구심도 들었지만 도전해보았다.
포장지 너머의 테이스팅 노트에는 블루베리 타르트, 코코아, 카라멜이라 적혀 있었다.
익숙한 드립으로 내려 마셨을 때, 블루베리 타르트의 산뜻한 첫맛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코코아, 카라멜 맛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여운 없이 사라진 풍미가 조금은 아쉬웠다.
같은 원두를 에스프레스로 내려보았다. 이번엔 달랐다. 블루베리의 향은 여전히 선명했지만, 코코아의 묵직함과 카라멜의 단맛이 후미에 길게 남았다.
신기했다. 커피의 향은 브루잉으로 내려야 온전히 느낄수있다 생각했는데 내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원두에 따라 블랜딩한 종류에 따라 추출하는 방법이 다를수도있겠다는 새로운 관점을 경험했다.
커피 한 잔 안에 감정과 구조, 리듬이 녹아 있다는 걸.
The Sermon은 단지 블렌드가 아닌, 예술의 한 형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