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이 그린 틀, 드리퍼가 완성한 맛
원두의 로스팅은 커피 맛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그렇다면 각 원두의 특징에 맞는 로스팅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로스팅은 크게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으로 나뉜다. 약배전은 생두가 지닌 향미를 최대한 살려낸다.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원두의 개성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난다. 중배전은 산미를 조금 낮추고 단맛과 고소함을 강조해 균형을 맞춘다. 강배전은 묵직한 바디감과 다크 초콜릿 같은 깊고 풍부한 단맛, 고소한 향으로 이어진다.
로스팅이 맛의 큰 틀을 결정한다면, 드리퍼는 그 틀 안에서 미묘한 색을 더한다.
같은 원두라도 드리퍼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기 때문이다.
약배전의 경우, 드리퍼 선택이 특히 큰 차이를 만든다. 산미와 과일향을 또렷하게 살리고 싶다면 하리오 드리퍼가 알맞다. 반대로 산미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칼리타 드리퍼가 부드럽게 조율해 준다.
중배전과 강배전에서는 바디감과 고소함이 중심이 된다. 이때 칼리타나 블루보틀 드리퍼는 그 깊이를 더욱 단단하게 끌어낸다. 반면 하리오를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인상이 남을 수 있다.
결국 로스팅과 드리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커피 맛을 완성한다. 로스팅이 원두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면, 드리퍼는 그 가능성을 세밀하게 조율한다. 원두의 성격을 정했다면,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드리퍼를 고르는 일. 그 선택이 한 잔의 커피를 나만의 경험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